과유불급(過猶不及)
알고 지내던 초등학교 동창에게서 급한 전화가 왔다.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되었는데 담당 교수가 어떤 사람인지 의견을 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학병원 교수라면 충분한 실력을 갖춘 사람이니 걱정하지 말고 몸을 맡겨도 좋을 것 같다고 말해 주었다.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는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때로는 요긴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의사가 많은 요즘 현실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흔한 직업이 아니다 보니 지인들이나 친척들이 갑자기 아프거나 병원에 갈 일이 있으면, 꼭 조언을 구하는 연락을 받곤 한다.
보통 사람이 병원에 가는 일은 아무래도 마음 속 한 구석에서는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TV에서 방송출연으로 유명해진 의사가 한 이야기가 있다. ‘자신과 친한 의사 한 명을 알아두면 중요한 순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요즘같이 매스컴이나 인터넷, SNS에서 상업적인 의료광고가 난무하고 있는 시대다. 어떤 것이 진짜 정보이고 어떤 것이 가짜 정보인지 보통 사람들은 도무지 판단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자신과 친한 의사에게 물어보면 명쾌한 답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나와 잘 아는 친척 한 분이 병원에 급히 입원을 했다. 몇 년 전 심장으로 가는 혈관이 막히는 협심증이라는 병으로 심장혈관을 확장시키는 스텐트라는 망을 이식하는 수술을 한 상태로 지내고 있었는데, 며칠 전 갑자기 발생한 담낭결석(쓸개에 돌이 생기는 병)으로 수술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술은 잘 마쳤는데, 갑자기 심장혈관이 막히는 합병증이 발생해서 중환자실이 입원을 하셨다고 한다. 왜 그런지 보호자들은 답답해하고 의료사고가 난 것이 아닌지 하고 궁금해 한다.
이런 경우 답은 정해져 있다. 스텐트를 이식하게 되면 이것이 이물질로 작용해서 그 주변에서 피가 굳어져서 피딱지가 끼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이것을 예방하기 위해 피가 묽어지는 혈전방지약물을 장기간 먹게 된다. 그런데 이 정도의 심장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이외에도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같은 다른 문제들이 함께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래서 아마 조금씩 여러 부위에 이상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결석 제거수술이나 다른 우리 몸 주위의 문제로 인해 스트레스가 발생할 경우, 이것으로 인해 혈액성분이 변화하도록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이런 수술을 할 때 피가 굳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 아마 상처가 잘 나을 수 있도록 투여하는 약들과의 상호작용이 생겨서 스텐트 시술을 한 부위에 피딱지가 급속도로 생겼을 것이다.
이런 경우 의사는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 참 고민이다. 심장혈관을 위해서는 피가 묽어져서 응고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수술 부위를 위해서는 정상적으로 피가 굳어주어야 하고.... 서로 반대가 되는 치료를 한 사람에게 해야 할 상황이니,
‘이런 상황을 병원에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테니까 최선을 다 하고 있을 것입니다. 답답하시겠지만 기다려 보시는 것이 가장 좋겠습니다.’라고 말해줄 수밖에 없지 않을까“?
어쨌든 환자는 입원 중에 심장에 이상이 있는 것을 일찍 발견하고 그 원인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래서 조기에 심장 혈관을 이식하는 수술을 할 수 있게 되어 이제 심장의 문제도 함께 해결했다고 하니 참으로 다행이다.
요즘은 수명이 길어진 것도 있고, 또 젊은 사람들에게 성인병이 많아진 것도 있다 보니 고혈압이나 당뇨환자가 의외로 많이 있다. 그래서 몸이 한 부분만 아픈 것이 아니고 여러 부분이 동시에 아픈 경우도 많아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혈압약, 당뇨약, 고지혈증약, 아스피린 같은 약을 한꺼번에 복용하는 환자들도 부쩍 늘어났다. 심지어는 심장이나 뇌혈관에 문제가 있어서 장기간 항응고제를 복용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나를 찾아와 수술상담을 위해 내원하는 환자들을 보면, 50대 이상에서 한두 가지 성인병을 가지고 약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그것 이외에도 다양한 건강보조식품들을 함께 복용하는 경우도 많은 것이다. 예를 들면, 종합비타민. 오메가3, 관절연골에 좋다는 콘드로이틴, 블루베리, 아사이베리, 징코민, 홍삼, 인삼. 노니, 요즘 유명해진 크릴 오일, 정체를 알 수 없는 엑기스. 호두, 아몬드, 브라질너트같은 견과류, 너무 많이 있어서 일일이 이야기 할 수 없을 정도이다. 다들 우리 몸을 이롭게 하고 혈액순환을 잘 도와준다고 들었다고 한다.
사실 이런 환자들에게는 규칙적인 운동, 체중감량, 식이요법이 필수적인데. 힘든 것은 하지 않고 이런 건강보조식품으로 대신하려고 하는 것이니 편한 것만 찾으려고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만약 이런 약들을 복용하고 있는 상태에서 수술을 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혈액순환이 너무 잘 되고, 피가 굳지 않아서 수술할 때 지혈이 잘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그렇기도 하다. 게다가 그것이 그대로 멍으로 남아서 회복도 느리게 되고, 나중에 이 부위들이 피부 아래에서 흉살이 만들어지기라도 한다면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치료를 위해 필수적인 약들도 있지만, 막연히 우리 몸에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먹는 이러한 건강보조식품들이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는 지 잘 알 수 없다. 그래서 미용성형수술을 위해서는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아까의 경우처럼 우리 몸에 반드시 필수적인 약은 반드시 사용해야 하지만, 불필요한 것들은 잠시 중단하는 것이 좋은 수술결과를 위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