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성형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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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

의사가 되어서 내 환자를 보기 시작한 것이 벌써 14년차가 되어가니 많은 환자들의 모습이 내 머릿속을 스쳐서 지나간다.

첫 환자를 맞이하면서 내가 그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면서 두근거리고 설레는 마음이 가득했다. 저녁에 잠이 들면서 그날 하루 혹시 놓치고 지나치는 것은 없었는지 내일은 또 어떤 환자가 올 것인지 하는 기대감에 부풀어서 잠이 드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마치 내가 이 환자의 인생의 일부분을 책임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환자 스스로 망설이는 치료도 내가 강권해서 억지로 시키는 경우도 있었고, 나이든 환자는 내 부모님처럼, 나이 어린 환자는 마치 내 조카나 동생처럼 여기고 내 스스로 공감하면서 내가 생각하는 가치관대로 그들을 이끌어나가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그래서 나의 방침대로 따라 오지 않는다고 스스로 실망하면서 화를 내기도 하고, 그것으로 인해 수술, 치료가 결과가 좋지 않아서 그 원인의 책임소재를 따지는 환자들과 다툼도 꽤있었던 기억이 있다. 내 생각으로는 이렇게 해야만 그들의 치유에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왜 이렇게 내 의견을 따라 오지 않는지 속상해 하면서 애를 태우기도 했다. 특히 담배, 지켜야 하는 치료 원칙, 음주 등등....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나의 생각들이 그들에게 모두 받아들여지는 것도 아니고 설사 그렇게 하더라도 내 치료원칙, 수술원칙이 그들에게 정확한 해결책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때로는 환자를 보는 것이 심드렁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는 가지게 되면서 의사와 환자의 진정한 관계는 의사의 일방적인 지시보다는 환자와 소통하면서 치유를 도와 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어떤 환자의 이야기라도 열심히 들어주고 그들 나름의 문제가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하고 치료나 수술의 원칙도 여기에 맞추어서 정하고 이것을 함께 지켜가면서 서로 함께 가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려고 노력중이다.

 

최근 서울의 한 대형 성형외과병원에서 수술도중 환자에게 생긴 문제가 생겼다. 불행히도 환자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대학병원으로 이송되어서 치료중인데, 병원에서 해결이 되지 않아서 급기야 환자의 보호자, 친지들이 병원 앞에서 시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병원대표원장과 수술한 의사, 마취를 담당한 의사 사이에 분쟁이 생겨서 서로 책임을 미루는 사이에 환자 가족의 마음만 아프게 된 것이다. 발달된 시스템을 갖춘 대형 병원이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의사와 환자간의 진심어린 관계이다. 그런 문제를 간과하고 환자를 마치 짐짝처럼,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건처럼 취급되는 병원이라면 어떻게 환자가 자신의 문제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의사를 만나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더 큰 문제는 요즘 이야기하는 의료민영화, 대형화 같은 추세로 인해 병원이 마치 백화점, 관공서처럼 의사나 환자나 자신의 문제만 해결하고 나면 모든 것이 끝나고, 환자는 자기가 병원의 꼬임에 빠져서 하지 않아도 되는 시술을 하게 되지 않을까? 의사는 자기가 하는 시술에 혹시 문제가 생겨서 환자에게 책잡히지 않을까 몸을 사리는 씁쓸한 관계로 변하고 있듯한 느낌이다.

 

나만이라도 매일 아침, 처음 환자를 만날 때의 설레임, 진심으로 환자의 속마음을 이해하고 환자와 함께 치료과정을 이끌어가는 열정을 깨뜨리지 말고 유지해서 진정으로 환자를 위하는 의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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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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