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성형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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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팥빵을 좋아합니다.

나는 단팥빵을 좋아합니다.

 

대구는 오래된 제과점이 많다. 여러 가지 종류의 빵들을 볼 수 있지만, 특히 단팥빵 브랜드가 많다. 수십 년간 단팥빵을 만들어온 곳이 있는가 하면, 요즘 새로 생긴 젊은 브랜드의 체인점도 많이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경주 황남빵도 크게 보자면 단팥빵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젊은 사람들 중에는 많은 것 같지 않지만, 대구 경북 사람들이 오랫동안 단팥빵을 즐겨 온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얼마 전 병원에 단팥빵을 한 아름 갖고 온 자매가 있다. 내가 수년간 여러 가지 수술을 해드렸던 환자가 경기도에 사는 자신의 동생과 함께 와서 자매가 함께 수술한 적이 있다.

 

후덥지근했던 지난 여름, 함께 눈 수술을 했던 자매는 큰 문제없이 수술이 잘 끝나서 잊고 있었는데, 지난 가을 나를 찾아온 언니로부터 동생의 소식을 듣고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동생의 한쪽 눈이 짝짝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언니의 설명을 듣고는 그 원인을 추측할 수 없어서 나도 어찌 되었는지 궁금하던 중에 이번 겨울에 내려올 수 있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

 

함께 병원을 찾아온 자매를 만났다. 언니는 자연스러운 모습이었지만, 동생은 한쪽 눈꺼풀이 아래로 처져 내려와서 쌍꺼풀이 다 덮여 버린 상태였다. 흔히 말하는 짝짝이가 된 것이었다.

 

나의 수술 실력이 최고라고 자랑을 늘어놓았던 언니는 동생에게 이런 문제가 생기지 마치 자신으로 인해 그런 일이 생긴 것처럼 생각이 들었던지 나보다 더 미안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언니의 선생님이 책임지고 고쳐 줘야 해요,’ 라는 말을 귓속으로 넘기면서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살펴보았다.

 

눈꺼풀이 처진 쪽의 얼굴이 조금 더 작고, 눈꺼풀과 눈썹이 함께 처져 내려온 것을 보고, 좌우 얼굴의 크기가 다른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그런 상황을 미리 알아차리고는 수술로 높이가 서로 다른 눈썹이 같은 높이가 되도록 만들어 주었지만, 60여 년 동안 살아오신 얼굴의 비대칭이 어디 가랴?

 

결국 좌우 이마 근육의 힘의 차이가 다시 생겨 눈썹이 아래로 내려간 것이고 이것 때문에 눈썹 아래 피부가 처지면서 짝짝이가 된 것이었다. ‘이제껏 눈을 뜨시던 습관이 어디 가나요? 수술로 교정을 해 주어도 예전으로 되돌아가려는 힘이 너무 강해서 이런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이제 비대칭의 정도를 어느 정도 확인했으니 이것만 교정해주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었다. 기왕 교정하는 것이니 내 눈에 보이는 부족한 점을 모두 교정해주기로 마음먹고 수술을 시작했다. 처져 내려온 눈썹도 다시 올려서 교정을 해 주었고, 처진 눈꺼풀도 함께 교정해 주었다.

수술하는 동안 맞벌이하는 딸의 손주들을 돌보시는 할머니라 어렵게 시간을 내서 내려온 것이라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다시 재발하는 일이 없도록 꼼꼼하게 해결해 주었다.

 

일주일 뒤 실밥을 뽑던 날, 좌우가 반듯하게 자리 잡은 모습을 보고 세 사람 모두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별 문제 없을 것이라는 말로 안심시켜 주었다.

 

수술 후 문제가 생겨 내가 오히려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자매는 교정수술이 잘 된 것에 감사하는 뜻으로 단팥빵을 한 아름 가지고 와서 안겨주고 돌아갔다.

 

단팥빵이 많아서 병원 식구 모두가 나누어 가졌다.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한 번씩 데워서 한 입 베어 물으면, 달달한 단팥의 맛과 함께 웃는 낯으로 되돌아간 자매가 눈앞에 떠오른다.

 

바쁜 병원 일로 지칠 때, 달달한 단팥빵은 나에게 활력이 돋우어 주는 존재다. 혈당이 쑤욱 올라가서 그런지 기분도 좋아지는 느낌이다. 사실 이것은 젊은 사람들에게 보다 중년 이상의 나이에서 추억이 많은 음식이다. 어린 시절 아련한 추억을 되새기곤 하는 것을 보면 나도 중년으로 접어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단팥빵 하나처럼 나와 만나는 환자들에게도 좋은 추억을 가질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동성로의 수많은 병원들 중에 남다른 인연을 가지고 만난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 비록 약간의 어려움을 경험하게 되더라도 믿음을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도록 2020년 올 한 해 동안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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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20-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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