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몸은 멀어져 있어도 마음만은......
아침에 일어나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긴장의 끈이 팽팽하게 잡아 당겨지면서 우리의 일과가 시작된다. 많은 사람들이 누르는 엘리베이터 스위치를 누르거나 좁고 밀폐된 공간에 잠시나마 같이 있는 것이 부담스러워 주차장까지 계단을 오르고 내린 지 오래다. 덕분에 운동량이 늘어난 것은 덤이라 해야 하겠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버스나 지하철이 텅 빈 것도 이제는 익숙해졌다. 아무래도 안전을 생각해서 내 승용차를 이용하게 된다. 병원에 도착해서도 틈만 나면 손을 씻고, 마스크를 쓰고 환자를 만난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환자들이 지나간 자리를 소독해서 다른 환자에게 전파되지 않도록 병원 내 감염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진료를 마치고 나면 다시 차를 운전해서 집으로 귀가하고, 혹시 나도 모르게 바이러스를 옮길 새라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면 바로 손부터 씻고 옷을 갈아입고 나서야 안심하게 된다.
개학이 미루어져 학교에 가지 못하고 갇힌 생활을 하는 자녀들, 평소에는 각자 자기 일에 매달려 있던 가족들이 하루 종일 함께 모여 있으니 한 편으로는 좋은 일이라 하겠지만, 집에서 삼시 세끼를 해결해야 하는 가족들도 어색하고 힘들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강제로 ‘삼식이’가 되어 버린 일상이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 놓고 있다.
이렇게 우리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겨 내기 위해 자발적 격리를 하고 있다. 즉 타인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사회적인 거리두기’를 하면서 스스로를, 혹은 타인을 보호하는 것이다.
서로를 만나는 일도 뜸해지면서 줄어들었고, 길을 걸을 때도, 식당을 가도,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조금씩은 떨어져 간격을 유지하는 것이 이제는 당연한 일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지만 이런 불안한 일상 속에서도 새롭게 다가오는 봄, 땅속에서 움터 오르는 새싹처럼 조금씩 희망의 신호가 보인다.
뜸해진 진료실로 찾아오는 환자들의 숫자도 확실히 줄어들었고, 이제는 전화 소리가 더 자주 울리지만, 이런 와중에도 나를 찾아오는 이들은 수술이나 뭔가를 하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방문하는 것이라 오히려 더 반갑게 느껴진다.
병원을 찾아 외출하기 힘든 환자들, 특히 대구를 찾아오기가 아직은 꺼려진다는 외지 환자들은 홈페이지나 다음 까페, 혹은 이메일로 더 시시콜콜한 질문까지 올려주면서 나와 더 많은 시간을 소통하게 된다.
비록 배급제에 가까워진 것이지만 마스크를 사는 일도, 이런 비상상황에서 모자라는 양이지만 나눠서 쓰는 지혜를 터득해서 적응하는 것도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보면 역시 우리의 생활은 마음먹기 나름인 것 같다.
수백 명씩 매일 새로 나타나던 확진 환자들이, 이제는 수십 명 단위로 줄어드는 것을 보면, 커다란 변곡점은 넘어선 듯하고 이제는 한 번씩 툭 튀어나오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방역의 빈틈만 메울 수 있다면 조금은 희망적인 기대를 가져 볼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다른 한 편으로는 이런 생활을 할수록 우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전국 어디선가에서 우리를 돕기 위해 도움의 손길을 보내는 사람들, 넘쳐 나는 환자들을 진료하기 위해 진료 일선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의료 인력들, 인터넷이나 다른 수단을 잘 이용하지 못하는 노약자, 장애인들을 위해 마스크를 사지 않고 양보하는 사람들,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있는 이웃을 위해 자신이 가진 것들을 기꺼이 내어주는 사람들....
비록 몸은 잠시 멀어져 있지만, 자신의 수단과 물건,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들의 마음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쓰나미처럼 대구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대처하는 마음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서 바이러스를 이기는 하나의 행동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비록 감염 예방을 위해 ‘사회적인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마침 우리에게는 좋은 대체 수단이 있지 않은가? 인터넷, SNS, 등이 바로 그것이다. 위기가 바로 기회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더 많이 소통하면서 질병으로 인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약한 고리를 메우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할수록 우리 사회는 조금 더 건강한 사회,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하고 단단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시기도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