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성형칼럼

제목

인중선과 관상

한 남성이 상담신청을 하고 병원에 내원했다.

인중에 문제가 있다고 성형수술을 하고 싶다고 했다.

꼼꼼히 들어보니, 그는 젊었을 때 사고를 당해, 코 바로 아래쪽에 깊은 상처가 생겼다고 한다. 제대로 봉합도 못하고 병원에서 오랫동안 상처를 치료했는데, 지나고 보니 흉터가 깊어졌다고 한다.

 

상처를 들어다 보니 콧구멍 바로 아래쪽에 상처가 생기면서 인중선이 망가진 것이 보였다.

그 부위에 흉터가 생기면서 인중선이 바로 직선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여러 갈래로 어지럽게 퍼져 있고, 그 흉터를 따라서 입술이 당겨 올라가서 입술 모양도 짝짝이가 되었다.

어떻게 보면, 어째 언청이 교정수술을 한 것처럼 보인다.

 

얼굴 전체 인상이 이 흉터 때문에 많이 감점이 되는 원인이 생겼다.

일단 교정수술을 하기로 했는데, 고민이 생겼다. 어떤 방법으로 고쳐 주어야 할 것인지...

 

환자의 흉터 모습을 하루에도 몇 번씩 메모지에 그려서 어떻게 피부를 절개하고 방향을 바꾸어서 환자가 만족하게 해 줄 것인지를 생각해 보았다. 왜냐하면 인중선도 좌우가 같도록 만들고 수직으로 반듯한 선을 만들어주어야 하고, 짝짝이가 된 입술의 모양도 맞추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상처가 생긴 부위의 흉터를 일일이 피부 절개를 해서 마치 판 모양의 피부판을 일으킨 다음 마치 퍼즐을 맞추듯이 봉합을 해 주기로 했다. 그래서 좌우로 퍼져 있는 모양을 바로잡고, 길이방향으로 바로 선 새로운 인중선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며칠 뒤 수술일자가 되어 환자를 수술대에 눕히고 그간 고민했던 대로 수술을 했다.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 계획했던 대로 되어서 면목이 섰다.

 

실밥을 제거하고 나서 이제 흉터 관리만 잘 해주면 좋아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가지고서 환자와 다시 면담을 했다.

 

환자는 ‘이렇게 다치고 나서 내가 주역도 공부하고 얼굴 관상도 많이 보게 되니 인중이 비뚤어지는 것이 내 인생의 운세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아서 이것을 교정하기 위해 수술을 결심하게 되었노라’고 나에게 말해 주었다.

 

나도 인중 수술을 많이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얼굴 관상에 있어서 인중은 얼굴 한 가운데 있다 보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적당한 길이의 인중, 수직으로 곧게 뻗은 인중은 부귀와 장수의 상징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사업도 잘 안 풀리고, 개인적으로 가정사도 좋아지지 못해서 지금은 혼자 지내고 있는데 이번 수술을 계기로 좀 더 나은 미래가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여지껏 있어왔던 불행한 일들은 마치 한 번 스쳐가는 바람처럼 지나가는 것이라고, 누구에게나 오는 인생의 기회가 아직 오지 않았을 뿐이라고, 그런 때가 되지 않았을 뿐’이라는 덕담을 해 주고 면담을 마쳤다.

 

성형수술을 하다 보면 개인사를 조금씩 듣게 된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 주위 사람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사람들, 자신의 장점을 잘 몰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상처받은 사람들...

 

우리 성형외과 의사들은 마치 마음의 의사일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마음의 아픔을 겉으로 드러내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니까 이제는 얼굴만 들여다볼 것이 아니라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이것을 잘 고치는데 더 신경 써야 할 때가 온 것이 아닌가 싶다.

 

며칠 뒷면 프란치스코 1세 교황님이 오신다. 천주교신자도 아닌 나의 마음속에 교황님이 계신 것은 아마 내가 천주교 재단의 중,고등학교에서 내 인생의 청춘기를 지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마침 고등학교 시절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이 한국에 내한하시고 우리 모교까지 방문하셨으니 그럴 만도 하다.

 

어쨌든 이번 교황님은 허례허식을 버리고 낮은 사람들과 소통하시는 사랑과 평화의 진정한 사도라고 다들 말한다.

나도 이번 기회에 교황님께 사랑과 헌신하는 마음을 제대로 받아서 이렇게 마음이 아프고 희망이 별로 없는 일로만 가득한 우리 사회에서 나 혼자만이라도 주위 사람들과 제대로 소통하고 그들의 마음들 보듬어주는 마음의 정신과 주치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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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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