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성형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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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없는 세상

공짜 없는 세상

 

코로나-19로 조용하던 어느 오후 진료 시간,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선생님, 우리 딸애가 큰일이 났어요, 어쩌면 좋아요?”

얼마 전 우리 병원에서 눈 주름살 제거 수술을 했던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수술 헀던 어머니에게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 내심 다행이기는 했지만....

, 글쎄 우리 딸이 나도 모르게 이마와 눈가에 주사를 맞았다고 하는데, 눈이 떠지지 않는다고 난리가 났어요.”라고 하는 것이다.

 

대학생이 된 딸이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부모 몰래 필러 시술을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갑자기 눈을 뜨지 못하게 되어 울고불고 난리가 난 것이었다.

 

부리나케 시술한 병원을 어머니와 함께 찾아갔다고 한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해결할 수 없다. 원하는 대로 이마를 동그랗게 만들어주지 않았느냐? 우리 병원에서는 해 줄 것이 없고 시간이 지나도록 기다리라.“는 말을 듣고 낙담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모르는 척할 수 없어서, 일단 병원으로 데리고 오라고 했다.

 

다음날, 어머니와 딸이 함께 찾아왔다. 어머니의 모습이 얼굴에 그대로 남아있는 딸의 모습이었다. 듣던 대로 이마와 눈썹 사이가 많이 어색하게 보였다.

 

이마는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고 이마에 눌린 눈썹은 아래로 축 처져 내려와 있었다. 흔히 말하는 강남 스타일의 이마와 눈썹의 모양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런데, 눈이 잘 떠지지 않아서 앞이 잘 보이지 않고 졸려 보이는 지경이 되었으니 하지 않느니만 못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

 

딸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보았다. 소위 필러 전문 클리닉이라는 곳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되어 친구와 함께 찾아가 시술했다고 한다. 방학이라 특가 할인에 몇 가지 무료 혜택을 함께 받는 패키지 상품으로 싼 가격으로 시술한다는 소문이 난 곳이었다.

 

코디로부터 강남 스타일의 동그랗게 튀어나온 이마가 요즘 유행이라는 말을 듣고, 아무 부작용이 없이 금방 끝날 수 있으니 안심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별다른 생각 없이 시술을 받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마가 동그랗게 튀어나온 것이 보기에 좋아서 마음에 들었는데, 시술 후 시간이 흐를수록 눈이 잘 떠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루, 이틀이 지나도 부기는 그대로 남아있어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작아진 눈 때문에 일상생활이 힘들 지경이 되었다고 한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앞으로 튀어나온 이마를 자세히 만져보니, 아직 필러가 뭉쳐져서 덩어리처럼 자리 잡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좋아질 수 있을까요?” 어머니와 딸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에게 물어보았다.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아무튼 최선을 다해 봐야죠.”

 

환자를 통해 필러의 성분을 확인해 보니 다행스럽게도 분해가 가능한 것이었다. 필러가 가장 많이 들어가 있는 부위 주변으로 작은 절개를 해서 최대한 제거하고 분해시킬 수 있는 주사제를 사용했다.

 

제거작업을 통해 눈썹을 짓누르는 필러의 무게를 덜어주었고 며칠 뒤, 눈썹이 조금씩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다음, 이제는 눈썹을 올려주어야 할 차례다.

 

일반적으로 미간이나 이마에 사용하는 보톡스는 근육의 힘을 약화시켜 아래로 처져 내려가도록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이마와 눈썹을 아래로 당겨 내리는 근육을 세심하게 확인하고 눈썹이 다시 위쪽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보톡스를 살짝 주사해 주었다.

 

일주일 정도 지켜보는 게 좋겠습니다.”

2-3일쯤 지나고 나자 이마가 위로 당겨져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일주일째 되는 날, 마침내 예전처럼 눈이 잘 뜰 수 있게 되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연신 고맙다고 하는 모녀에게 이렇게 이야기해 주었다.

그나마 결과가 좋아서 이정도로 끝난 것이 다행입니다. 앞으로는 가격이 싸다고, 공짜라고 무턱대고 얼굴에 손대지 말고, 자신의 얼굴에 잘 어울리도록 적당하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우리 눈과 귀를 스치고 지나가는 공짜가 하나 더 있다. 선거철을 앞두고, 코로나로 피폐해진 우리 경제를 개선하기 위해 기본 소득이나 재정적인 지원에 대한 수많은 공약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결국 우리 세금을 가지고 사용하는 것, 아무튼 공짜점심은 없을 테니, 낭비 없이 적재적소에 적절하게 사용되어 위의 환자처럼 부작용이 생기는 일만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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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20-04-08

조회수3,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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