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성형칼럼

제목

엄마의 마음

가정의 달에 생각해 보는 엄마의 마음

 

병원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병원 전화가 울렸다. 5일 전에 다쳐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봉합했는데, 실밥을 뽑아줄 수 있겠느냐는 문의였다.

 

큰일이 아닌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가능하다는 말과 함께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잊어버렸다. 며칠 뒤 실밥을 뽑겠다면서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딸이 함께 병원을 찾아왔다.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해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찾아온 모습을 보고 진료실에서 환자를 맞았지만, 모자와 마스크를 벗고 나서 예상치 못한 반전이 있었다.

 

코에서부터 턱에 이르기까지 얼굴 절반을 반창고로 붙이고 있었다. 처치실에서 반창고를 다 떼어내고 보니 콧등, 코끝, 인중, 입술, 턱에 이르기까지 여기저기 깊은 상처와 함께 봉합한 실밥이 보였다.

 

마치 얼굴 전체를 그대로 도로에 들이받거나, 남에게 얻어맞지 않고서는 생길 수 없는 상처였다. 혹시 누구에게 구타당한 것이 아닌가 물어보았다. 같이 있던 할머니, 나중에 알고 보니 친정어머니가 말문을 열었다. 딸과 함께 나들이 갔다가 넘어지는 딸을 보호하려고 감싸다가 자신을 미처 돌보지 못해 얼굴을 그대로 도로에 부딪쳤다는 것이다.

 

얼굴을 다친 것 이외에도 이빨도 함께 다쳤다고 한다. 자식을 보호하려고 몸을 던진 것까지는 좋았는데, 대형 사고가 된 것이다.

 

자초지종을 들은 후 상처를 자세히 보았다. 콧등과 코끝, 턱 부분의 상처는 이제 실밥을 뽑아도 될 정도로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인중과 입술은 직접 땅 바닥에 부딪친 자리였던 모양인지 꿰맨 실밥 주위로 타박상을 입은 조직과 함께 누렇게 죽은 살이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정도 상처라면, 봉합수술을 한 다음 날부터 상처 치료를 계속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수술 후 그대로 붙여둔 상태로 반창고 때문에 치과 치료도 못하고 닷새를 방치한 셈이 된 것이다.

 

흔히 도로나 길에서 넘어져 다치게 되면, 찢어지는 상처와 함께 타박상이 복합적으로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상처를 치료할 때 유의해야 할 것이 몇 가지 있다.

 

우선 도로나 길에 남아 있는 작은 돌이나 흙이 마치 파편처럼 상처에 박히는 일이다. 마취를 한 다음, 상처를 충분히 세척하고 부드러운 솔로 살살 닦아내면서 파편들을 제거해 주어야 한다. 확실히 제거하지 않으면, 마치 문신처럼 검은 반점들로 남게 된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찢어진 상처 주변의 손상된 조직들이다. 손상을 입은 정도에 따라 피부가 죽어 들어가는 현상이 계속 진행하기 때문에 초기에 살아날 가능성이 없는 부분은 제거한 다음 봉합을 해 주는 것이 덧나지 않는 길이다.

 

상처에 문제가 없는 부위의 실밥을 모두 제거했다. 그 후 늦었지만 누렇게 죽은 살들을 모두 제거하고 다시 꼼꼼하게 봉합해 주었다. 다음 날 상처가 깨끗해진 것을 확인하고, 며칠 뒤 재수술한 실밥을 제거해 주었다. 깨끗해진 입술과 코 밑의 상처를 보고 안심할 수 있었다.

 

상처가 얼굴 한가운데 그것도 직선이 아닌 여러 갈래로 불규칙하게 만들어져서 흉터가 많이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흉터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가 된 셈이다.

 

흉터가 심하게 남을 텐데,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할머니와 어머니에게는 손녀이자 딸이 무사한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라는 말을 하면서 안도하는 눈빛이었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면 보기 싫은 흉터가 모두에게 마음의 부담과 후회로 남지 않을까? 조금 더 조심했으면 이렇게 심하게 다칠 일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앞선다.

 

후회할 일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미뤄두었던 치과 치료도 열심히 하면서 흉터가 좋아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을 해 주었다.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직접 희생한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드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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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20-06-04

조회수9,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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