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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 유어 라이프 !

브라보 유어 라이프! ( Bravo Your Life ! )

 

진료실로 찾아오는 사람들을 만날 때, 어떻게 생각해 보면 하나의 인생과 마주한다는 점에서 소홀히 대할 수 없는 경우가 가끔 있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며칠 전, 홀로 나를 찾아온 머리가 희끗한 노년의 환자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런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주었다.

 

여러 가지 일을 하다가 어느덧 나이가 들어 은퇴한 어르신은 내심 활력이 있는 듯한 모습으로 나와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은퇴한 후에도 요즘 노년의 인생이 그렇듯 경제적으로 부족한 점이 있었던 모양인지, 다시 한 번 취업의 기회를 준비하고 계신 것 같았다.

 

재취업을 위해 준비하다가 조금이나마 젊고 활력 있는 눈과 얼굴의 모습이 새로운 일자리를 얻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눈 수술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몇 가지 눈에 대한 기본적인 검사와 눈꺼풀의 처짐 정도를 진찰하고 나서 눈꺼풀 주름 수술에 대해 설명해 드렸다. 곰곰이 생각하시고는, 대뜸 귓불에 생긴 주름에 대해서도 언급하셨다.

 

이제껏 경제적으로 운이 없었다고 내심 생각하고 있었던 차에, 그 이유가 아마 귓불에 주름이 길고 깊게 패인 채로 자리 잡고 있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지인의 이야기를 들은 눈치였다. 그래서 이번 눈 수술을 하는 기회에 같이 하면 좋겠다는 결심을 하신 것 같았다.

 

수술을 위해 모아둔 돈에 이리저리 수당을 합쳐서 수술비를 마련할 계획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가뜩이나 노년의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마당에 요즘 코로나로 인해 그 어려움이 더 심해진 것을 짐작하게 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수술비가 모자라, 한 가지만 할 수 있는 사정이 되었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자 그 환자는 귓불 수술을 먼저 해야겠다고 말씀하셨다.

 

눈 수술을 먼저 하시지 않구요?’ 라고 이야기 했지만, 그러기에는 수술비가 모자랐던지 우선 그것보다 저렴한 귓불 수술부터 먼저 하고 다음에 눈 수술을 하겠다고 하신다.

 

지병이 있는 분이라, 여러 가지 약을 많이 복용하고 있어 몇 가지 약물을 조절해서 수술 스케줄을 조정했고, 다행히 수술은 무사히 이루어졌다.

 

부처님 귀처럼 두툼하고 패여 있던 골이 다 메워져 주름이 없는 귓불이 만들어진 것에 만족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 환자에게 귓불이 잘 만들어져서 마음에 드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쪼록 하시는 일에 대박이 나시면 저도 기분이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덕담을 해 드렸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체력과 자신감, 에너지가 떨어지면, 아무래도 작고 사소한 것에도 마음의 쓰이게 된다. 이런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 보면 안쓰러운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살아온 인생이 헛되고, 의미 없는 것만은 아닌데, 현재의 모습과 상황에서 이제껏 이루어 놓은 모든 것들이 조금씩 무너져 내리면서 자신감이 사라지는 것이 이 환자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요즘 같은 4차 산업혁명이니 포스트 코로나 시대니 하는 변혁의 시대, 적응하기 조차 어지러운 우리 모두에게 누구든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는 일이라 새삼 남의 일만은 아닌 듯 하다.

 

백발이 성성해진 이 할아버지께 어떤 말을 전해드려야 힘이 될 수 있을까?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가고

또 특별하지 않은 하루가 다시 온다고 해도

인생은 그 나름의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자신감을 가지고 다시 찾아올 눈이 부신 하루를 뚜벅뚜벅 쉼 없이 다시 걸어가시기 바란다.

 

할아버지, 이제 귓볼은 해결했으니 좋은 일만 많이 있기 바랍니다. 다시 오시면 처진 눈꺼풀도 고쳐 새로 다가올 하루를 더 크고 환하게 보실 수 있도록 해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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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20-07-02

조회수9,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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