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여러 해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다 보면, 얼굴만 보아도 관상학적으로 반듯한 사람이 보기에도 좋고,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인상을 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진료실에서 대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꼼꼼히 관찰하면서 단순히 쌍꺼풀수술, 코수술, 주름 수술 등, 한 가지에만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눈썹, 눈, 코, 입 등이 얼굴 전체에 적당한 크기로 균형 잡히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작업에 신경을 쓰게 되었다.
얼마 전 서울에서 열린 대한 미용성형외과학회에 필자가 최근 몇 년간 해온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인중의 모양과 얼굴의 관상에 대한 이야기다. 성형외과 의사로써 얼굴 전체의 균형과 조화에 관심을 두고 사람들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다보니, 인중의 길이가 사람의 인상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인중의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인중이 길고 곧으면서 윤곽이 뚜렷한 사람들은 관상학적으로 오래 살고 경제적으로 윤택한 삶을 누린다고 한다. 게다가 인품도 훌륭하다고 하니 더 이상 바랄 나위가 없다.
하지만 너무 길어도 낭패다. 인중이 길면 일단 얼굴이 길어 보이고, 나이도 들어 보이는 인상을 가진다고 하니 무엇이든지 적당한 것이 좋겠다.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님처럼 인중의 길이가 특별히 길어도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남긴 분도 있고, 유명한 연예인 이혜영씨처럼 인중의 길이가 길어도 자기만의 독특한 영역을 확보하고 활동하는 사람도 있는 것을 보면 결국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요즘 세태는 반듯하고 균형 잡힌 얼굴, 급기야는 CD 한 장에 들어갈 듯한 작은 크기의 얼굴을 가지고자 하는 욕구가 크다 보니 인중의 길이가 긴 것도 교정해서 좀 더 나은 모습을 가지고자 하는 욕망을 나무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환자들이 원하는 것만큼 좋은 결과로 보여주는 것은 성형외과 의사로써 도전적인 과제인 것만은 사실이다.
인중의 길이가 원래 긴 사람도 있다. 얼굴 자체가 큰 사람, 인중의 길이가 긴 유전자를 타고 나서 얼굴의 크기는 보통인데도 인중의 길이만 긴 경우도 있다.
그 외에도 후천적으로 인중의 길이가 길어진 사람들이 요즘 눈에 많이 띄는데, 특히 양악수술이나 치과 교정치료가 보편화되면서 덧니, 돌출입, 부정교합같은 문제를 치과적으로 교정하는 일이 흔한 일이 되었다.
그 후 앞으로 나와 있던 인중이 뒤로 들어가면서 인중의 길이가 길어지고 윗입술의 두께가 얇아지는 변화가 생기는데 이것 역시 인중수술로 충분히 교정이 가능하다.
나이가 들면서 입 주위의 근육이 노화가 진행되면서 탄력을 잃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입주위에 쪼글쪼글한 주름이 생기고, 인중의 길이가 길어지면서 인중의 골도 없어지는 변화가 생긴다. 이런 경우에도 인중성형수술이 입 주위의 노화현상을 교정하는데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필자가 인중의 길이를 줄이는 수술을 시작한 것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에는 이런 수술이 없다보니 나도 확신이 없어서 이에 관계된 논문을 일일이 다 찾아보고 검증한 후 조심스럽게 시작했는데, 첫 환자를 시작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서 계속 다른 환자들이 수술을 받게 되고 그러다 보니 남다른 경력을 쌓게 되었다. 이렇게 되기까지 웃지 못할 사연도 많았다.
서울에 비해서는 한참 지방인 대구의 의사가 이런 수술을 하다 보니 대부분의 환자들이 수도권이나 외국에서 온 환자들이었고, 처음에는 이들을 위해서 숙소를 잡아주면서 수술을 시작했다.
나중에 이 환자들이 수술 후 다른 지역에서 성형상담을 받으면서 이 수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다른 성형외과의사들에게 좋지 못한 이야기를 듣고는 마음이 상해서 우리 병원까지 곤란에 처한 일이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이 수술을 괜히 시작했나 하는 후회도 했지만 인내와 노력으로 진심을 가지고 하나하나 해결해 나갔고,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된 수술결과를 보여주니 환자들에 대한 신뢰도 회복되었다.
이러한 수술이 있다는 사실이 서서히 알려지면서 서울에서도 인중에 대한 수술을 하는 병원이 생기게 되었다. 하지만 가장 먼저 이 수술을 시작했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받으면서 서울에서 상담을 하면서도 정작 수술하러 대구에 내려오겠다는 환자들의 연락을 받고 또 수술 후 결과에 대해 만족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메디시티 대구를 만드는데 한 몫을 했다는 생각에 어깨가 절로 으쓱한다.
의사로써 환자보다 높은 자리에서 환자를 가르친다는 생각보다는 환자들과 무릎을 맞대고 앉아서 마음속에 있는 고민을 함께 생각해내고 이것을 진심으로 해결해 주고자 노력하는 자세가 요즘 필요한 새로운 의사로써의 자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