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성형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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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면 병원에서 겪는 일들

명절이면 병원에서 겪는 일들

 

명절을 앞두고 성형외과는 조금 바빠진다. 이른바 명절 특수라고 하는 시기다.

코로나가 경제적인 어려움을 많이 유발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명절은 명절인 모양이다.

 

주말을 끼워 장장 5일간의 연휴가 생겼다. 게다가 코로나로 귀성인파가 줄고 집콕생활을 권장하는 뭉치면 죽고(감염되고) 흩어지면 산다(안전하다)’는 정부의 권장 사항을 좇다 보니 이 기회에 어디론가 움직이기보다 무엇인가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편이 더 낫겠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경제 상황이 나빠진 탓인지, 예전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평소보다는 분주한 며칠을 보냈다.

 

명절을 앞두고 수술을 하게 되면, 명절 기간 동안 아무래도 환자들이 무사한지 걱정이 앞서 마음이 편하지 못했다. 그래서 수술한 환자들과 시간을 약속해 두고 잠시나마 병원 문을 열어 잠깐 진료하는 것이 이제 일상이 되었다.

 

추석 연휴 중인 어느 고즈넉한 아침, 병원 당직 전화기 너머로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원장님 맞으시죠?’ 누구인지 몰라서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자신이 2년 전에 인중 수술을 했던 아무개 환자라는 소개와 함께 오늘 진료를 받을 수 있느냐고 한다.

 

혹시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궁금해 용건을 물어보니, 자신은 수술 결과에 만족하며 잘 지내고 있는데, 며칠 전 다른 병원에서 수술한 어머니의 실밥을 뽑아줄 수 있느냐고 한다.

 

다행히 인연이 되었던지 오늘이 바로 연휴에 나의 수술 환자를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안부도 물어보고 싶은 마음에 병원으로 나오라고 시간을 약속했다.

 

오전, 병원 문을 열자 약속했던 수술 환자들이 시간에 맞추어 한 사람, 한 사람씩 들어섰다. 비록 나뿐이지만, 평소와 다름없이 환자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가끔 수술 후 데스크에서 알려준 주의사항을 다 잊어버리고 소독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태로 오기도 하고, 멍과 부기가 예상보다 더 심해져서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주의사항들은 하나하나 다시 메모해 가면서 되새겨 확인한 다음, 메모한 것을 다시 전달해 주고, 부기와 멍이 심한 환자는 부기가 빨리 사라질 수 있는 주사제를 처방해 주었다. 이들의 상태를 모르고 있었다면, 아마 연휴가 지나고 나서 후회할 일이 생겼을 지도 모를 일이 생기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면서 그들과 추석 덕담을 나누고 있는 사이, 모녀가 병원 문을 들어섰다.

 

비록 마스크 너머로 보이는 눈빛이었지만, 내가 수술했던 사실을 기억할 수 있는 낯익은 얼굴이었다. 반가운 얼굴로 인사하고 진료실에 함께 앉았다.

 

어머니와 함께 나를 찾아왔던 아가씨였다. 인중이 길고 윗입술이 얇아 미소를 지으면 윗입술이 입안으로 말려 들어가 잘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 속상하다고 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인중의 길이를 줄이면 얼굴도 작아 보이고 윗입술도 다시 드러나 보일 수 있을 것 같아 인중을 줄이는 수술을 했고, 그 결과도 좋다고 만족해 하던 환자였다.

 

며칠 전 눈 수술을 하고 나서 실밥을 뽑는 날이 다 된 어머니가 수술한 병원이 쉬는 날이라 연락도 되지 않는 무책임한 태도에 화도 나고 어떻게 해야 하나 난감해하는 것을 보고 선뜻 생각이 나서 연락을 했는데 다행히 연결이 되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한다.

 

상처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나서 실밥을 모두 제거해 주었다. 일단 오늘 방문한 어머니의 문제는 해결된 셈이다.

 

함께 온 딸의 상태를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몇 가지 사진 촬영을 했다. 수술 전 사진을 찾아 비교해 보았더니, 흉터도 거의 없이 실선처럼 자연스럽고 깨끗하게 치유된 상처가 나의 가슴을 안도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제 인생을 함께 할 반려자도 생겼다는 말을 듣고, 나와의 만남이 이 가정의 앞날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되었다.

 

추석 연휴, 가족 친지들과 반가운 만남을 가지는 것도 좋지만, 의사인 나에게는 이렇게 수술이라는 작지 않은 인연을 맺은 후, 오랫동안 볼 수 없었던 환자들을 예기치 못한 계기로 다시 만날 수 있는 것 역시 좋은 추억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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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2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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