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성형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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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물질을 제거하고 웃음을 되찾기까지

이물질을 제거하고 웃음을 되찾기까지

 

옷깃에 스며드는 찬바람과 가로수에 연말 장식, 비록 코로나로 스산하기까지한 거리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제 2020년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연말이 되면, 나와 인연을 맺었던 수많은 환자들을 떠올려보게 되는데,

얼마 전 나의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있을법한 환자를 만났다.

 

부인과 함께 찾아온 중년의 남자 환자였다. 진료실에서 처음 만났을 때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표정에 마치 두꺼운 석고 팩을 하나 얼굴에 얹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얼굴 표정 역시 어딘지 모르게 자신감이 없이 필자를 정면에서 바로 보지 못하고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붉은 빛을 띠는 피부, 아래쪽에 얇은 실핏줄이 비쳐 보이는 모습, 두꺼운 피부에 얼굴 표정이 굳어있는 모습이라 아무래도 피부 아래쪽에 무엇인가 들어가 있는 느낌이었다.

 

피부 아래쪽에 이물질이 들어 있다는 부인할 수 없는 증거다.

 

젊었을 때 그런 쪽에 관심이 있어, 얼굴 전체에 여러 차례에 걸쳐서 성분을 알 수 없는 주사를 맞았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것이 딱딱해지고 얼굴이 굳어졌습니다. 이제는 웃거나 표정 짓는 것 자체가 힘들어지고 남들이 자꾸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아 몹시 난처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요?”

 

이물질 제거 수술은 의사들 모두가 꺼리는 수술 중의 하나이다. 개업 의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수술 결과가 나쁠 경우 감당해야 할 부담이 너무 커서 두고두고 애를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자와 부인의 간곡한 요청을 뿌리칠 수 없어서 수술계획을 세웠다. 짐이 될 일을 하나 떠맡은 셈이다. 후회할 일이 될지도 모르는데, 일단 나를 찾아왔으니 무엇이라도 해 주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앞섰다.

 

이번 수술의 가장 큰 주안점은 우선 어색한 눈 주위의 표정을 다시 만들어주는 일이다.

 

수술 당일, 마취된 환자의 피부 절개를 시작하자마자, 숨어있던 문제점이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장기간 복용해 온 여러 가지 약물과 이물질로 인한 피부조직이 심하게 변형이 된 것이다. 지혈도 잘 되지 않았다. 수술하는 부위의 안쪽이 들여다보이지 않으니... 다른 때 같았으면, 10분도 채 안 되어 수술 부위의 정리가 끝났을 것을 30분이 넘게 걸렸다.

가까스로 수술할 부위의 혈관들을 모두 지혈하고 본격적인 수술을 시작할 수 있었다.

먼저 인상을 반듯하게 만들어주기 위하여 처져 내려온 눈썹을 들어 올려 주었고, 눈 밑 지방과 조직 속에 군데군데 스며들어 있는 이물질을 찾아서 조심스럽게 제거했다.

 

그 후 눈 주위의 근육들을 다시 원래의 위치대로 복원해 준 다음 피부를 봉합했다.

 

하지만 피부를 봉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출혈이 멈추지 않는 것이었다.

눈 밑 주름 수술 후 수술 부위에 피가 많이 고이게 되면, 흉살이 만들어져 합병증이 많이 생길 수 있으니 걱정거리 하나가 더 늘어난 셈이다. 등줄기로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고심 끝에 피가 멎지 않는 부위에 고인 피가 밖으로 흘러나올 수 있도록 부드러운 실리콘으로 만든 심지(드레인이라고 한다)를 하나씩 넣어주었다.

 

별일 없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하룻밤을 지새우다가 다음날 환자를 만났다.

드레인을 따라서 피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고, 출혈은 이틀 동안 계속 되었다.

 

일주일째 되는 날 실밥을 제거하고 나니 어느 정도 멍은 남아 있었지만 눈 주위에 자연스러운 표정이 조금씩 되살아나는 것이 보였다.

 

환자와 보호자가 나보다 더 좋아하는 것이 나도 안심이 되었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마스크를 쓴 것 같은 어색한 얼굴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 다른 사람들처럼 환한 표정을 지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나도 보람을 느꼈다.

 

얼굴에 들어 있는 이물질을 제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힘든 수술 과정에 회복 기간도 오래 걸리는 일이라 환자도 많은 고생을 각오해야만 한다. 그래서 성형외과 의사에게는 악마의 유혹과도 같은 일이다.

 

그 후 비록 코로나로 상태를 직접 확인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부인을 통해 조금씩 생활에 자신감을 되찾고 있다는 안부를 전해 듣고 내심 다행이라 여기고 있다.

 

앞으로 상처가 나아가면서 겪어야 할 일들이 적지 않겠지만, 2020년 나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을 환자 중 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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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20-12-19

조회수9,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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