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조건의 수술만은 없다.
의학 기술과 문명의 발전으로 수명이 길어지면서 고혈압, 당뇨 같은 질환과 종양이 예전보다 더 많이 늘어났다. 중년을 넘어서는 나이가 되면 누구나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당뇨 같은 대사성 질환 하나 쯤은 갖고 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된 셈이다.
점점 늘어나는 이러한 질환을 치료하고 관리하기 위해 여러 가지 보조적인 약물이나 건강 보조식품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어난 셈이다. 환자들의 수명을 늘리고 생활의 질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성형수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생기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이것으로 인해 웃지 못할 사연들이 많이 생기는데, 특히 이런 일들이 수술 중에 생기면 가끔 식은땀이 다 나는 일을 겪기도 한다.
한 중년 여성이 눈 수술을 위해서 병원을 방문했다. 키는 작고 약간 살집이 있는 통통한 체구였다.
수술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서로 한 다음, 수술 날짜를 결정했다. 본인은 이번 주에 수술하기로 마음을 먹고 왔다고 한다.
그런데, 평소에 먹는 약이나 다른 건강보조식품을 물어보니, 혈압약, 고지혈증약, 혈전용해제를 먹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누가 먹으면 좋다고 해서 심장을 보호한다고 아스피린도 하루에 한 알씩 먹고 있다고 한다.
당장 처방한 병원에 연락해서 사용하는 약의 이름과 성분을 찾아 보았다. 그리고 환자에서 “평소에 어디에 부딪치거나 하면 다른 사람보다 멍이 더 잘 들고 또 오래 가지 않나요?” 라고 물어 보았다. 과연 약을 먹으면서 멍이 너무 잘 들어서 여름에도 짧은 옷을 잘 입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이 정도라면 적어도 이번 주 안에 수술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이런 상황에서 피부를 절개하고 지혈하고 하면서 피치 못하게 멍이 드는 상황이 발생하면 다른 사람들보다 멍이 더 많이 들어서 회복도 늦고 고생을 너무 많이 하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성형수술이라는 것이 정확하게 밀리미터 단위로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이라 양쪽 눈의 멍이 조금이라도 달리 드는 날에는 짝짝이가 되기 십상이다.
이럴 경우 수술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어떤 약물은 1주일, 또 어떤 약물은 2주 정도 중단하고 수술을 하게 되면 붓기가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비교적 정상적인 회복기간을 거칠 수 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담당 주치의와 상담을 해서 끊을 수 있는 약과 그 기간을 정해서 약을 조절한 다음, 다시 스케줄을 연기해서 수술하기로 했다. 다행히 수술 결과가 좋아서 그 여성은 보다 밝고 젊어진 얼굴로 다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상황도 단계가 높아지면 조금 더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다.
눈 밑 주름 수술을 위해 부인과 함께 내원했던 남성의 경우다.
심근경색증으로 혈관 우회수술을 받아서 현재 혈전 용해제를 평생 복용해야 할 상황이라고 한다. 담당 주치의와 상의한 결과 최대 5일을 중단할 수 있다고 한다. 수술 후 이제는 건강을 되찾았지만, 눈 밑의 처진 피부와 지방 조직을 이번 기회에 해결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간절한 마음을 외면할 수는 없고....
5일의 기간을 어떻게 배분해야 이 수술을 무리 없이 마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약을 중단한 지 이틀째 되는 날, 최대한 출혈이나 멍이 생기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수술을 진행하고 수술 부위에 출혈이 생겨 상처 내부에 고이지 않도록 배액관을 상처 부위에 넣어 고인 피를 빼내 준 다음 제거했다. 이런 수고 덕분인지 수술 부위는 문제없이 잘 아물었고, 후유증 역시 생기지 않았다.
수명이 증가하면서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는 성인병으로 인해, 심장이니 뇌혈관에 스텐트시술을 하거나, 뇌졸중이나 다른 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를 보는 일이 드물지 않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환자의 의지와 이러한 조건에 맞추어 약물들과 수술스케줄, 수술과정을 세심하게 조절할 수 있다면 과거에는 불가능했을 상황들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게 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