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이 병원을 찾아왔다. 얼굴은 계란형으로 생겼는데, 조금 어색해 보였다. 연예인이 되려고 여러 군데 손을 댔다고 한다. 그래서 이목구비는 반듯하고 ‘길에서 지나가다 한 번 되돌아 볼만한 모습’ 이었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조금 이상하다.
내 마음 속으로는 이 정도로 생각만 하고 나서 얼굴 전체 사진을 촬영하고 나서 모니터에 올린 다음 환자에게 물어보았다.
처음에는 남들도 얼굴이 예쁘고 키도 크고 날씬해서 어디 가도 빠지지 않는 얼굴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름대로 자신감도 있었고....
그래서 이런 방향으로 나의 미래를 만들어보기 위해서 노력도 많이 하고, 몇 군데 얼굴에 수술도 하고 하면서 좀 더 세련되고 좋은 이미지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조금 얼굴이 어색해지면서 나에게 낯선 얼굴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것을 조금 더 고칠 수 없을까 하는 마음으로 여러 병원을 다니고 있는데, 만족할 만한 답을 얻지 못해서 우리 병원을 찾아왔다고 한다.
우선 어떤 수술을 했는지 물어보았다. 눈, 코, 지방이식, 필러, 보톡스.... 많은 수술을 한 것이 한 눈에 보인다. 그리고 치아 교정과 양악 수술도 했다고 한다.
가끔씩 동성로를 걷다 보면 수술한 티가 많이 나는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요즘은 그런 경우를 과거보다는 더 많이 보게 된다. 강남 스타일 얼굴은 아니지만 어색한 모습으로 다니는 것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 수술을 한 것이라서 가끔 성형외과의사로써 안타까울 때가 많이 있다.
이 아가씨를 자세히 보니 문제는 바로 양악수술과 돌출입 치아 교정이었다. 얼굴의 이목구비, 즉 눈, 코, 입은 따로따로 보면 세련되고 예쁜 모습인데,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못하고 그 밸런스가 어긋나 있는 것이다.
양악수술과 돌출입 교정으로 튀어나온 위쪽의 잇몸 뼈는 뒤로 들어가 교정이 되었는데, 문제는 그 앞에 있는 인중과 윗입술이 문제가 된 것이다. 잇몸 뼈가 뒤에서 밀고 있을 때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이것이 뒤로 들어가면서 인중과 윗입술이 아래로 처져 내려와서 인중은 길어지고 윗입술이 얇아지면서 마치 ‘합죽이’처럼 보이는 인상이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상적으로 있어야 할 얼굴 전체의 밸런스가 인중이 길어지면서 어긋나게 되니, 이것으로 인해 얼굴이 길어 보이고 나이가 들어 보이는 인상이 된 것이다.
혹시 수술하기 전의 사진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핸드폰에 저장된 과거 수술 전의 사진을 찾아서 이 사진을 모니터에 올린 다음, 현재의 얼굴 모습과 비교해 보았다.
얼굴 전체의 사진에서 코 아래쪽에서 윗입술까지의 거리를 비교해 보니, 확실히 수술 전에 비해서 그 길이가 길어지면서 정상적인 비율을 벗어난 것을 알 수 있었다.
즉 돌출입을 교정하면서 원하지 않았던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일단 그 문제에 대하여 확인을 하였으니, 이것을 교정하기 위해서는 인중의 길이를 줄여주는 인중 축소수술이 가장 좋겠다고 말하고 수술 전후의 모습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다.
며칠 내로 바로 수술을 했고,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 될 수 있도록 길이를 정확하게 맞추어서 인중의 길이를 줄여주었다.
한 달쯤 지나서 어느 정도 붓기와 멍도 거의 빠졌고, 안정된 상태가 되니 이제 얼굴의 모습이 눈에 제대로 들어왔다. 얼굴의 밸런스가 맞아지고 이목구비의 윤곽이 뚜렷하게 잡히면서 얼굴이 예전보다 더 작아져 보였다. 예전에 느꼈던 그런 어색함도 사라졌다.
가장 좋은 일은 환자가 좋아한다는 점이다. 성형수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환자가 만족해야 한다는 점인데, 이것이 제대로 된 것 같아서 다행이다.
요즘은 눈, 코, 입, 주름도 중요하지만, 얼굴 전체의 밸런스도 중요하다. 나무 하나만 보지 말고 숲 전체도 볼 줄 아는 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