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성형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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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미소를 되찾기까지

아침저녁으로 옷깃에 스며드는 찬바람과 가로수에 연말 장식을 새로이 다는 사람들의 분주한 손길을 보면서, 이제 2015년도 한 달밖에 남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연말이 되면, 우리 병원과 인연을 맺은 수많은 환자들을 떠올려보게 되는데,

얼마 전 나의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있을법한 환자를 만났다.

 

그는 부인과 함께 찾아온 중년의 남자 환자였다. 진료실에서 처음 만났을 때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표정에 마치 두꺼운 석고팩을 하나 얼굴에 얹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얼굴 표정 역시 어딘지 모르게 자신감이 없이 필자를 정면에서 바로 보지 못하고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붉은 빛을 띠는 피부, 아래쪽에 얇은 실핏줄이 비쳐 보이는 모습, 두꺼워져 있는 피부에 얼굴 표정이 굳어있는 모습이라 아무래도 피부 아래쪽에 무엇인가 들어가 있는 느낌이었다.

 

피부 아래쪽에 이물질이 들어 있다는 부인할 수 없는 증거다.

 

게다가 1년 전에 했다는 쌍꺼풀 수술 때문에 눈썹은 아래로 처지고 눈동자는 커지면서 가뜩이나 굳은 얼굴에 어색한 모습이 더 강하게 부각되면서 무언가 조치를 해 주어야만 할 상황이 되어버렸다.

 

젊었을 때 그런 쪽에 관심이 있다 보니, 얼굴 전체에 여러 차례에 걸쳐서 성분을 알 수 없는 주사를 맞았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것이 딱딱해지고 얼굴이 굳어졌습니다. 이제는 웃거나 표정 짓는 것 자체가 힘들어져서 남들이 자꾸 쳐다보는 것 같아서 몹시 난처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없을까요?”

 

이물질 제거수술은 의사들 모두가 꺼려하는 수술 중의 하나이다. 개업 의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수술 결과가 나쁠 경우 감당해야할 부담이 너무 커서 나중에 애를 먹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자와 부인의 간곡한 요청을 뿌리칠 수 없어서 수술계획을 세웠다.

 

이번 수술의 가장 큰 주안점은 어색한 눈 주위의 표정을 다시 만들어주는 일이다.

 

수술 당일, 마취를 하고 피부 절개를 시작하자마자, 숨어있던 문제점이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장기간 복용해 온 여러 가지 약물과 이물질로 인한 피부조직의 변형 때문에 지혈이 잘 되지 않아서 수술하는 부위의 시야확보가 힘들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10분도 채 안되어 수술 부위의 정리가 끝났을 것을 30분이상 걸렸으니...

 

가까스로 수술할 부위의 혈관들을 모두 지혈하고 본격적인 수술을 시작할 수 있었다.

 

먼저 인상을 반듯하게 만들어주기 위하여 처져 내려온 눈썹을 들어 올려 주었고, 눈 밑 지방도 함께 제거해 주었다. 그러고 나서 조직 속에 들어있는 이물질을 찾아서 조심스럽게 제거했다.

 

그 다음 눈 주위의 근육들을 다시 원래의 위치대로 복원해 준 다음 피부를 봉합했다.

 

하지만 피부를 봉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출혈이 멈추지 않는 것이었다.

눈 밑 주름 수술 후 수술부위에 피가 많이 고이게 되면, 흉살이 만들어지면서 합병증이 많이 생길 수 있으니 걱정거리 하나가 더 늘어난 셈이다.

고심 끝에 출혈을 하는 부위에 고인 피가 밖으로 흘러나올 수 있도록 드레인을 하나씩 넣어주었다.

 

별 일 없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하룻밤을 지새우다가 다음날 환자를 만났다.

드레인을 따라서 피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고, 출혈은 이틀 동안 계속되었다.

 

일주일째 되는 날 실밥을 제거하고 나니 어느 정도 멍은 남아 있었지만 눈 주위에 자연스러운 표정이 살아나는 것이 한 눈에 보였다.

 

환자와 보호자가 나보다 더 좋아하는 것을 보니 나도 안심이 되었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마스크를 쓴 것 같은 어색한 얼굴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 다른 사람들처럼 환한 표정을 지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나도 보람을 느꼈다.

 

얼굴에 들어있는 이물질을 제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힘든 수술과정에 회복기간도 오래 걸리는 일이라 환자도 고생을 많이 한다.

 

그러나 비록 고생은 하겠지만 조금이나마 나아가고 호전되어 가는 것을 보면, 2015년 나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을 환자중 한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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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5-12-16

조회수6,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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