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성형칼럼

제목

인연

인 연

 

며칠 전 간호사가 국제전화 한 통을 받았다고 나에게 보고했다. 인중수술을 하려고 멀리 외국에서 한국, 그것도 대구까지 온다고 한다.

 

어느 나라에서 오신다고 합니까?” “원장님, 캐나다에서 오신다고 합니다.”

사실 우리 병원의 인중수술이 꽤 유명해지다 보니, 여러 나라의 교포들이 내원해서 수술을 받고 돌아가곤 했다. 미국, 캐나다, 일본, 호주, 뉴질랜드, 스위스에서도 수술을 위해 내한하고 있다.

 

참 신기한 일이다. 어떻게 이 수술을 알아서 머나먼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이제는 인터넷과 교통수단의 발달로 인해 세상이 점점 가까워지다 보니 비행기타고 와서 수술하고 돌아가는 일이 그다지 신기한 일처럼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캐나다에서 온다고 하니 내 마음속에 작지만 깊은 울림이 생겼다. 이 나라에서 온 환자가 나에게 인중수술에 대한 첫 인연을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10년 전 봄의 일이다. 캐나다에서 온 30대 여성이 우리 병원을 방문했다. 고향이 대구라서 들르게 되었는데, 여러 가지 얼굴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자신의 얼굴이 길어 보이고 나이가 들어 보이는데 이것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생각으로는 인중길이가 너무 길어서 그런 느낌이 든다고 이야기하면서 인중의 길이를 줄이는 수술을 할 수 있는지 물어왔다.

 

나는 당연히 그런 수술이 있기는 하지만, 당시에는 코 아래쪽의 흉터를 감출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수술이라고 거절했다. 사실 수술결과에 나도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환자 자신이 흉터에 대해 책임지고 관리할 것이고 흉터가 심해지더라도 이것에 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수술을 거듭 간청해서 수술을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와 외국의 여러 성형외과 논문과 교과서를 며칠 동안 들여다보고 참고해서 좀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하면서 나름대로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서 수술을 마쳤다. 이것이 바로 나의 첫 번째 인중수술이다.

 

환자는 수술 후 상처관리를 꼼꼼하게 하면서 좋은 경과를 유지했고, 그 후 다시 방문할 때까지 꾸준히 메일로 사진을 주고받으며 경과를 확인했다. 2년 뒤 다시 병원을 찾아와서 흉터를 확인하니 내가 봐도 잘 되었다고 생각이 들 만큼 결과가 좋았다. 얼굴이 수술 이전보다 휠씬 작아져 보이고 나이도 젊어진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조심스럽게 첫 번째 수술을 시작한 이래 이제 10년이 넘었다.

 

그 이후 인중과 입술 부위의 부조화에 대한 교정방법이 흔하지 않다는 점을 깨닫고 이 방법을 꾸준히 연구하면서 수많은 경험을 쌓게 되다 보니 이제는 어느 정도 수술결과도 안정되고 흉터를 별로 남기지 않고도 좋은 결과를 보여주는 수술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 동안 다양한 환자들을 만나면서 인중의 길이를 줄여서 얼굴이 작아보이게, 나이가 젊어보이게 변화를 만들어주는 수술을 하면서 경험을 쌓다 보니, 이제는 사람을 보면 코 아래의 인중과 입술 주위의 모습만 보아도 비례와 조화가 잘 맞는지 또 어떤 변화를 주는 것이 보다 좋은 얼굴이 될 것인지 저절로 감이 잡힐 정도가 된 것이다.

 

며칠 뒤 멀리 캐나다에서 이곳까지 찾아온 전화 속의 젊은 여성과 대면했다. 10년 전의 첫 인중수술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이제는 어떤 경우라도 안정적으로 좋은 결과를 보장할 수 있는 충분한 경험이 쌓인 상태라서 멀리까지 찾아온 보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만큼 확신을 가지고 수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방문 당일 바로 수술을 하게 되었고 아직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붓기가 채 빠지지 않았지만 어려 보이고 작아져 보이는 얼굴 모습에 만족해하는 환자를 보고 나니 나도 안심이 되었다. 아마 다시 캐나다로 돌아갈 때쯤이면 좀 더 좋은 모습의 얼굴로 새로운 자신감을 느끼며 생활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누구에게나 살아가는 동안 자신의 인생을 바꿀 만한 인연이 몇 차례 찾아온다고 한다. 그것을 어떻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느냐에 따라 자신의 인생방향이 바뀔 수 있다. 사실 그러한 인연은 나처럼 이렇게 몇 년이 지나고 나니 그것이 인연이었구나 하고 깨닫는 경우도 많이 있다.

 

좀 더 현명한 사람이라면 그것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순간 바로 느끼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을 텐데... 그런 사람이 진짜 성공하는 사람이 아닐까 한다.

 

어쨌든 그런 인연이 찾아올 때 자신의 것으로 느끼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신만의 감각을 예민하게 다듬고 준비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문득 피천득 선생의 인연이라는 글귀가 떠오른다.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인연인줄 알지 못하고,

보통 사람은 인연인줄 알아도 그것을 살리지 못하며,

현명한 사람은 옷자락만 스쳐도 인연을 살릴 줄 안다.

살아가는 동안 인연은 매일 일어난다.

그것을 느낄 수 있는 육감을 지녀야 한다.‘

첨부파일 다운로드

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6-01-11

조회수11,589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공유
  • 인쇄하기
 
스팸방지코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