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눈을 감을 수 있을 때까지
올 봄, 젊은 여성이 나를 찾아왔다. 쌍꺼풀 수술한 눈에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혹시 내가 수술했던 환자인가?’하고 살펴보니 다른 병원에서 수술한 이력이 있다고 한다.
내가 수술했던 환자라면 수술 전의 상태를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터라 우선 환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인터뷰를 했다.
수년 전 한 병원에서 쌍꺼풀 수술을 했다고 한다. 잘 된 것 같아서 만족했었는데, 그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쌍꺼풀이 처져 내려와 쌍꺼풀 라인이 보이지 않게 되어 재수술을 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한다.
그런데 재수술을 하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지인에게 소개를 받아 한 병원을 찾아가게 되었는데 수술 후 눈의 모양이 이상하게 변하면서 눈에도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일단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고 눈의 상태를 확인했다.
쌍꺼풀 라인에 굵고 넓은 흉터가 생겨 있고 아주 두꺼운, 소세지 같은 쌍꺼풀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런데 눈을 뜨면 눈썹이 아래로 내려오면서 두꺼운 쌍꺼풀이 거의 다 덮이고 있었다. 일단 라인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다른 심각한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
눈이 다 감기지 않아서 눈의 흰자가 반 이상 보이고 있었다. 아마 잠을 자면서도 눈이 감기지 않아서 안구건조가 심했을 법도 한데....
이걸 두고 ‘대략난감’이라고 해야 할까?
수술한 병원을 찾아가 보았지만, 이런 문제가 이전에도 많이 있었던지, 항의하는 환자들로 인해 병원은 난장판이 되어 버리고 의사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는 황당한 일이 생겼다고 한다.
알고 보니 전문의 수련도 제대로 하지 못한 의사가 자신을 ‘강남에서 성형수술을 해온 의사’라고 포장해왔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소문에 혹 해서 어리석은 선택을 한 자신이 너무 실망스러워 한 동안 바깥출입도 못하고 지내다가 혹시 해결할 방법이 있을까 해서 나를 찾아왔다고 한다.
일단 눈의 상태가 걱정되어 근처의 안과 선생님께 안과검진을 부탁했다. 눈을 감고 잘 수 없는 기간이 지속되면서 안구건조증이 심해져 눈의 흰자위에 손상이 생겨 있었다. 일단 눈을 감고 잘 수 있도록 안대와 눈 안쪽에 넣을 수 있는 안약 처방을 받았다.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이 중요하다. 눈이 다시 감길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일이다.
재수술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수술을 계획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일단 흉터살을 부드럽게 해 주는 약을 몇 달 정도 복용하고 나서 수술 부위가 부드러워지기를 기다렸다가 수술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그렇게 경과 관찰을 해 온지 6개월이 지난 9월, 마침내 수술을 고려할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 흉터살이 부드러워진 것이 겉으로도 확실하게 느껴진다.
현재의 상태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져야 한다는 마음으로 수술을 시작했다. 소세지처럼 두꺼워진 피부와 그 주위 조직을 최대한 남기고 늘려주었고, 눈꺼풀 안쪽의 쌍꺼풀 수술조직도 조심조심 수술 이전의 상태로 복원해주었다.
예전 같았으면 제거했을 조직들을 다 살려서 쌍꺼풀을 만드는데 사용해야 할 상황이라 수술 시간은 몇 배나 더 걸렸다. 재수술을 하면서 눈꺼풀의 내부 구조가 거의 뒤죽박죽이 된 터라 더 조심스러웠지만, 조직을 다 복원하고 나니 이제야 눈이 감길 수 있을 만큼 피부에 여유가 있는 상태가 되었다.
그 다음 쌍꺼풀을 적당한 높이로 만들고 나서 피부를 봉합해 주니 눈꺼풀이 위로 당겨 올라가지 않고 적당히 내려오면서 감길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재수술이라 멍이나 붓기가 오래 가기는 했지만, 자연스럽고 편안한 모습의 쌍꺼풀이 되었다. 눈이 감기는 기능도 정상적으로 회복되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내심 휴-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경과 확인을 위해 눈 화장을 예쁘게 하고 병원을 찾아온 환자를 대하고 보니 그 동안 이런 화장을 얼마나 하고 싶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마음의 상처도 빨리 나았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다.
쉽지는 않았지만, 힘든 고통을 겪어온 환자에게 좋은 결과를 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