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성형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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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에 맺힌 30년

입술에 맺힌 30

 

50대 중반의 여성이 병원을 찾아왔다. 겉으로 보기에 곱게 나이든 모습이 단아한 얼굴이었다.

 

선생님, 저는 입술에 콤플렉스가 너무 많아요.’라고 하는데, 겉으로는 립스틱을 곱게 바르고 온 모습이라 잘 알 수 없어서 일단 립스틱을 지우고 다시 확인을 해 보았다.

 

아래 입술의 좌우 균형이 맞지 않았고 웃을 때 당겨 올라가는 모습 역시, 좌우가 다른 모습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아래 입술에 가느다란 흉터가 여러 갈래로 나 있었다. 여러 차례 수술한 흔적으로 보였다.

 

어릴 때, 아래 입술에 혹이 난 것이 있어서 이것을 제거하면 되겠지 하면서 별 걱정 없이 수술을 했는데 이것이 시작이었다.

 

입술의 혹을 제거하고 나니 입술 조직의 일부가 함께 없어지면서 입술이 짝짝이가 되었다.

 

게다가 입술의 움직임도 좌우가 짝짝이가 되면서 웃을 때 항상 손을 가리고 웃어야만 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지방도 넣어보고 필러도 넣어보고 갖은 방법을 동원했지만 만족할 수 없어서 결국 대학병원 성형외과까지 찾아가게 되었다.

 

대학병원 성형외과에서 입술의 좌우를 맞추고 피부이식까지 했지만 결국 흉터만 남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채, 이것이 최선이구나 하는 생각으로 체념하고 살아왔다.’

 

입술에 대한 환자의 설명을 듣고, 입술 모양을 자세히 진찰해 보았다.

 

입술이 모양은 어느 정도 잡혀 있었지만, 빨간 입술이 있어야 할 자리에 피부를 이식하다 보니 입술의 바깥쪽 끝 부분에 흰색 살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어서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립스틱 없이 맨 얼굴로 다니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였다.

 

아직도 아래 입술의 비대칭은 여전히 남아있었고, 여러 차례 수술로 인해 입술 양쪽 가장자리에는 흉터가 남아 마치 물고기 입처럼 동그랗게 말려 있었다.

 

입술을 정상적인 모습으로 재건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가 원하는 예전의 입술의 모양을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수술로 교정이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명확하게 하고, 가능한 부분에 집중을 해야 하고, 불가능한 것에 대해서는 그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과정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와의 충분한 대화이다. 즉 환자의 입장을 공감하고 그 마음을 경청하는 태도가 필요한 것이다.

 

오랜 시간동안의 대화를 통해서 최종적으로 수술의 세세한 과정까지 의견을 맞추고 나서야 수술을 하게 되었다.

 

흉터가 겉으로 보이지 않도록 가능한 한 입술 안쪽으로 수술을 진행해서 입술의 모양을 맞추어 주기로 했다. 좌우의 균형이 맞도록 일일이 자로 측정해가면서 정확히 도안을 해서 수술 후 최종적인 모습이 같아지도록 최대한 교정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동그랗게 말린 입술의 양쪽 가장자리를 바깥쪽으로 넓혀 주면서 처진 입술 부분을 위쪽으로 당겨 올려주었다.

 

이러다 보니 수술에만 여러 시간이 걸렸다.

 

일단 입술모양은 맞추어졌지만, 회복 후 정확한 결과가 나오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했다.

 

부기가 어느 정도 빠지고 나니, 완벽하지는 않지만 균형 잡힌 입술의 모양이 만들어졌다.

 

환자에게 미소를 지어보라고 했더니, 정확하게 양쪽 균형이 맞게 올라가는 예쁜 미소가 만들어졌다. 이제 안심할 수 있게 되었다.

 

꽃다운 20대에 별다른 생각이나 고민 없이 한 입술 수술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30년 가까이 마음속에 짐을 지게 된 계기가 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야 그 짐을 내려놓게 된 셈이니, 30년이란 긴 시간이 입술 콤플렉스와 함께 한 셈이라고 해야겠다.

 

큰 문제들은 다 해결된 셈이니 앞으로 조금만 교정해 나간다면, 예전의 밝은 미소를 되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

 

입술이나 입 주위 부분에 대한 수술을 오랫동안 하다 보니, 눈이나 코 보다는 좀 더 진솔한 고민을 가진 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이러한 고민들을 경청하고 해결하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니지만, 성형외과 의사로서의 보람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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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6-12-27

조회수5,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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