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강남스타일?
얼마 전 친구사이인 여성 환자들을 함께 상담하다가 서로의 코 모양이 신기할 정도로 똑같이 생겨서 내심 의아스럽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알고 보니 친구들끼리 서울의 한 병원에서 코 수술을 함께 하게 되었는데, 누구 한 사람 예외 없이 피노키오처럼 뾰족하게 튀어나온 코끝이 되어 있는 것을 보고 대략 난감해 하고 있다고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이 바로 그 병원의 코를 나타내는 특이한 스타일이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 중 두 명의 여성은 코끝을 지나치게 세우는 바람에 수술한 지 채 1년도 채 되지 않아 코끝의 피부가 얇아지면서 보형물과 연골 부분에 문제가 겉으로 드러나서 재수술을 고민해야 할 정도가 되어 있었다.
마침 그 날은 얼굴 전체의 윤곽과 모양 때문에 상담을 했었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결국 코 이야기로 마무리하게 되었다.
이런 현상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요즘 길거리를 지나치거나 매스컴에 비치는 연예인들의 모습이 과거보다 점점 비슷한 모습의 얼굴을 가진 사람으로 채워지는 현상을 더 흔하게 보게 된다.
사회적 미의 기준이 개인의 개성과는 상관없이 동일하게 정해지고 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의란성 쌍둥이’라는 말이 흔히 오가는 말이 되고 있다.
요즘 ‘강남 스타일’ 얼굴이라는 말이 있다. 서울이 아닌 대구에서도 서울의 강남스타일 얼굴을 선호하는 환자들을 만나곤 한다.
성형 수술을 잔뜩 많이 해서 수술한 티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아름답지 않은 부자연스러운 얼굴이다.
이런 얼굴의 특징을 보면,
지나치게 많은 지방을 주입하거나 큰 보형물을 넣어서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볼록하게 튀어나온 이마. 그 아래로 일자로 처져서 움직이지 않는 진한 눈썹. 과도한 눈매 교정을 해서 놀란 듯이 보이는 눈동자, 안쪽의 붉은 살이 드러나 보일 정도로 터진 앞트임과 눈꼬리가 둥글게 변해버린 뒷트임. 밑트임(?)을 해서 아래로 처져 내려온 아래눈꺼풀과 부자연스럽게 너무 큰 애교살, 지나치게 크고 직선형의 보형물 때문에 피부로 비쳐 보이는 콧대와 들창코처럼 들려서 콧구멍이 드러나 보이는 코. 동안을 만든다고 광대와 입가에 지방이나 필러를 너무 많이 주입해서 통통해진 볼살. 광대와 턱뼈를 너무 많이 깎아서 ‘개턱’이 되어버린 얼굴 윤곽. 양악 수술로 입이 안쪽으로 말려들어가 할머니처럼 보이는 모습 등 여러 가지 형태의 모습이 함께 존재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선호되는 이런 모습이 얼굴모양이 되도록 하는 성형수술을 마치 통과의례처럼 여기도록 만드는 여러 방송 프로그램들이 방영되고 있다.
젊은 연예인들에게는 필수적인 과정이 된 지 오래되었고, 또 나이가 든 연예인도 토크쇼에 나와서 당연한 듯, 자랑스럽게 성형경험담을 이야기 하고 있다.
몇몇 프로그램에서는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 등의 협찬을 받아서 성형수술로 신의 은총을 입은 듯이 자신의 변한 모습을 자랑하고 이것에 열광하는 모습들이 한 때 보여지곤 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사회적 성공을 위해서라면 무리한 성형수술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 것 같다. 또, 자신의 얼굴이 또 하나의 경쟁력이 되어 좀 더 좋은 대우를 받는 현실 때문에, 너도나도 개성과는 상관없이 비슷한 이미지의 얼굴을 선호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요즘 매스컴에 보여지는 미인대회나 아이돌 연예인의 모습은 너무 비슷비슷해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개성이 없는 모습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이미지가 있다. 그 이미지는 자신의 얼굴 속에 숨어 있어서 자신이나 주위 사람들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지나칠 수도 있다.
그러한 가치를 찾아서 마치 원석을 깎고 다듬어내듯이 자신만의 아름다움으로 드러낼 수 있다면, 이런 현상들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우리 성형외과 의사들의 임무도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단순히 수술을 하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지 말고 얼굴이라는 원석 속에 숨어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혜안을 가지고 환자 자신만의 아름다움이 가장 빛나는 모습이 될 수 있도록 조각을 해 내는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자신을 훈련해야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런 사람들이 늘어날 때 세상은 좀 더 서로 다른 아름다움이 함께 존재할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이 성형외과 의사의 보람이 아닐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