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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의 추억

아날로그의 추억

 

얼마 전, 부주의로 핸드폰을 분실했다.

 

용무를 마치고 귀가해서 차에서 내리는 순간, 호주머니가 허전한 것을 깨달았다.

황급히 차 안을 뒤져 보았지만, 이미 차 안에서는 사라진 다음이었다.

차를 되돌려 지나온 길과 장소를 샅샅이 뒤졌지만, 이미 온데 간데 없었다.

 

마침 휴일이라 속만 끓이다가 다음 날, 통신사 지점을 찾아가서 위치추적도 해보고 혹시 핸드폰을 주운 사람과 통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수도 없이 전화를 해 보았지만, 결국 찾을 수 없었다.

 

며칠 동안 마음을 졸이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다려보다가 결국 새 폰을 구입했다.

 

비싼 핸드폰을 잃어버린 것도 문제였지만, 정작 그 안에 담겨 있는 전화번호부, 사진, 메모 등 소중한 정보들을 어떻게 복구하면 좋을지 걱정이 태산 같았다.

다행히 과거에 사용했던 폰의 메모리칩을 보관하고 있던 것을 찾아서 전화번호는 일부 복구할 수 있었지만, 결국 절반 정도는 다시 찾을 수 없게 되었다.

 

다시 찾을 수 없는 것 중에 혹시 중요한 것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보관하고 있던 서류나 주소록을 찾아서 빠진 전화번호를 다시 채워 넣었다.

 

하지만, 메시지나 SNS, 메모 ,사진 같은 내용은 다시 찾을 수 없게 되었고, 폰에 남겨져 있던 내 흔적마저도 없어진 것이 되었으니 안타깝고 허전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스마트폰이라는 도구가 이제 우리의 분신이 되다시피 한 것이라 막상 없이 지내는 며칠 동안 나의 생활이 너무 달라지는 것 같아서 어색한 느낌이었다.

 

단순히 무선 전화기로 여기고 지내던 소형 기계가 서서히 몸에 지니고 다니는 작은 컴퓨터가 된 지 몇 년의 시간이 지났다. 이제는 화면만 작다 뿐이지 웬만한 컴퓨터보다 더 나은 기능을 가지게 된 지 오래다.

 

여기에 고성능카메라가 달리고, 길을 찾는 내비게이션과 은행, 카드 등 수많은 프로그램들인 앱들이 여기에 함께 실리게 되면서 이제는 나의 분신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정보와 기능을 가진 수단들이 스마트폰에 통합이 된 것이다.

 

이렇게 되다 보니 우리의 생활이 예전보다 편리해 진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이 어떻게 변했는지는 한 번쯤은 생각해 볼 일이다.

출퇴근길에, 혹은 길거리를 지나다보면, 스쳐가는 수많은 풍경을 외면하고 오로지 스마트폰의 화면에 집중하다가 다른 사람과 부딪치거나, 목적지를 지나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폰 좀비, ‘스몸비족이다.

 

자동차를 운전하면서도 내비게이션에 의존하다 보니 편리한 점도 있지만, 정작 길에 대한 정보가 어두운 길치가 되어 가기도 한다.

 

전화번호부에 익숙해지다 보니 정작 가족의 전화번호도 기억하지 못하는 웃지 못할 일도 생기곤 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없이는 자신의 일을 해결할 수 없는, 주인과 도구가 서로 뒤바뀌는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얻는 정보를 폰에 게시되는 것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폰을 통하지 않은 정보는 알 수 없게 되는 일이 생긴다는 뜻도 되는 것이다.

 

스마트 폰의 역할이 크기 이전에 우리들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에는 스스로의 경험, 지인으로부터의 추천 등 오랫동안 믿을 만하다고 인정을 받아온 존재들 기억에 의존했었다. 그런 것에 대한 신뢰감이 바탕에 있었다는 뜻이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 역시 그렇다. 수술이나 진료를 받은 환자들로부터의 추천, 직접 병원을 찾아온 사람들과의 상담 등으로 비록 초면이기는 하지만 믿음을 가지고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순히 의사와 환자사이라기 보다는 서로 염려해주고 기억해주는 동반자로서 함께 하는 관계였던 것이다.

 

요즘은 스마트폰을 통한 SNS나 홈페이지에 게재된 정보에만 의지해서 검색되는 병원을 찾아 자신의 중요한 미래를 결정하는 경우가 흔하다. 하긴 요즘같이 정보가 넘쳐나는 사회에서는 이런 일들이 당연하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폰에서 가르쳐주는 정보들을 검색한 결과에만 의존하여 자신의 신체에 손을 대는 결정을 하는 것이 과연 안전한 일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폰에 종속되어 바늘구멍만한 창으로만 세상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진정한 소통과 신뢰를 통해 보다 폭넓은 자신의 삶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보다 인간적인 아날로그의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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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7-11-02

조회수10,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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