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성형칼럼

제목

아버지의 코

아버지의 코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신사 한 분이 찾아오셨다. 간호사가 건네준 챠트를 보니 6년 만에 다시 나를 찾아오신 분이다. 기억에 어스름하게 남아 있는 환자였다.

 

젊어서부터 짧고 낮은 자신의 코가 콤플렉스였던 그 분은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이 된 후, 평생의 숙원을 이루겠다고 하면서 코 수술을 위해 찾아왔었다.

 

비록 작은 실리콘 보형물을 넣었던 크지 않는 수술이었지만, 부기가 빠진 뒤, 길고 시원하게 뻗은 잘 생긴 코를 보고서 드디어 자신의 소원을 이루었다고 얼굴에 가득 미소를 지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었다.

 

몇 년이 지나서 다시 장성한 아들과 함께 나를 찾아온 것이다.

 

판에 박은 듯, 예전의 아버지의 코를 닮은 아들이 아버지 옆에 앉아 있었다.

 

아버지는 자신을 닮아 낮고 짧게 생긴 아들의 코가 못내 마음에 걸렸던지, 아들을 이끌고 나를 찾아온 것이었다.

 

부친의 마음에는 자신이 코로 인해 느꼈던 콤플렉스를 아들도 느꼈으리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이제 중년에 접어든 아들의 얼굴 모습 역시 부친과 흡사했다. 아버지처럼 시원한 눈썹에 눈도 큼직큼직했다. 다만 낮고 짧은 코가 아버지를 닮아있었다.

 

아들과의 간단한 인터뷰를 마치고 수술일정을 잡았다. 수술은 비교적 간단하게 아버지와 같은 방법으로 실리콘 보형물을 삽입하는 것으로 끝났다.

 

아버지는 아들의 수술 당일에도, 실밥을 뽑는 날에도 함께 병원을 찾아와서 아들의 옆을 지키셨다.

 

수술 후 시원하고 길게 뻗은 아들의 코를 보고, 아버지는 이제야 내 소원을 풀었다.’짐 하나를 벗었다.’면서 안도의 말을 나에게 건네셨다.

 

수능을 마친 요즘, 부모와 함께 나를 찾아오는 학생들 중에는 자신의 얼굴이 부모와 닮아서, 못생겨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부모를 조르고 졸라서 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 부자는 그런 경우와는 반대라서 내 기억에 깊이 남게 된 것이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아들이 나를 찾아왔다. 처음에는 자신의 낮은 코가 아버지와 나를 특징 지워주는 모습이라 생각하고 별다른 의식 없이 살아왔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코를 높이는 수술을 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아버지도 나이가 들어서 성격이 변해 가는 것인가?’ 라고 짐작하고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전 아버지의 강권에 못 이겨 엉겁결에 코 수술을 하게 되면서 많은 생각이 교차하는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사회의 구성원 중 하나로 생활하면서 당신이 코 때문에 느꼈던 콤플렉스를 자신을 닯은 코를 가진 아들 역시 느꼈을 것이라고, 아니, 지금은 느끼지 않을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느끼게 될 것이라 생각하고 노년의 아버지로서 더 늦기 전에 해결해 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졌을 아버지의 뜻을 이해하고 따르기로 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성형수술이라고는 생각해 보지도 않아서 막상 수술을 하려니 두렵기도 했고, 가족들도 쉽사리 동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수술을 하고 변화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비록 아직 자신의 코 위에 있는 보형물이 어색하기는 하지만, 지금의 모습이 과거보다 더 좋아 보인다는 가족과 지인의 격려와 응원에 힘입어 새삼 아버지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이렇게 애틋한 마음이 드는 때가 가끔 있다.

 

부모의 유전적인 성향을 닮아서, 아니면 선천성 기형이나 어릴 적 부상을 입은 것이 흉터가 되어 그것을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경우도 바로 그런 경우이다. 아마 그것은 이런 것으로 인해 자식의 장래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염려하는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그렁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고 선뜻 따르는 이런 속 깊은 부자 관계를 생각해 보면, 요즘 우리들의 가족 사이에도 이런 믿음과 사랑을 함께 할 수 있다면 보기 좋은 관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런데, 할아버지, 혹시 손자도 당신의 코를 닮았으면 높여 주실거죠?

첨부파일 다운로드

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7-11-29

조회수10,328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공유
  • 인쇄하기
 
스팸방지코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