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성형칼럼

제목

꼭 잡은 두 손, 오래오래 함께 하시기를....

꼭 잡은 두 손, 오래오래 함께 하시기를....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한 번씩 나와 느낌이 통하는 분들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첫 눈에 느낌이 통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시술이나 수술과정을 통해 시간이 흐르면서 알아가는 경우도 있다. 그런 분들 중에서 몇 년씩 특별한 일이 없어도 서로 안부를 물으면서 친구처럼 지내는 분들도 많다.

 

동성로 거리를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나와 소중한 인연을 맺고 유지하는 것이니, 나에게 참 소중한 분들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기억에 남을만한 중년 부부를 만났다. 나보다 5살 정도 많을까? 남편의 눈 아래 주름제거 수술을 위해 여러 병원을 알아보다가 찾아오신 것이다. 대구 이외의 지역에서 온 분이다 보니, 지인을 통해 우리 병원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계신 듯 했다.

 

나에게 수술을 받고 나서 만족했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 병원을 찾아왔다고 한다.

 

평소대로 성심성의껏 환자를 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환자의 얼굴 모습을 객관적으로 설명해 드렸다.

 

스튜디오에서 환자의 사진을 여러 각도로 촬영한 다음, 현재의 상태와 우리 병원에서 수술한 다른 환자들의 모습을 비교해서 보여주면서 어떤 수술이 필요한지, 수술 후 회복기간과 수술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들을 알려드렸다.

 

남자다운 모습의 남편과 다소곳한 부인의 모습이 참 잘 어울리고, 함께 한 세월의 흔적이 잘 어우러진 부부의 모습이 기억에 남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수술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 보시고 결정하시라는 말씀을 드렸는데, 진료실 밖으로 나가자마자 바로 수술예약을 하셨다. 나와 또 하나의 소중한 인연이 생기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수술 당일, ‘원장님의 말씀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원칙대로 수술을 잘 해 주실 것 같아 믿음이 가서 바로 예약했습니다.’ 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는 제 수술이 잘 되면, 또 소개받아 수술할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 신경 써 주세요.’라고 하신다.

 

그래서 다음에 올 사람은 그 다음일 뿐, 오늘 저에게는 당신이 가장 중요한 환자입니다. 그런 말씀 안하셔도 최선을 다할 테니 염려 마세요.’라고 화답해 주었다.

 

그런데, 부인이 남편이 수술에 대해 불안해 하니 수술이 끝날 때까지 남편 손을 꼭 잡아주고 싶습니다.’ 라고 간곡히 부탁을 하셨다.

 

의사로서 병원생활을 오래 했지만, 이런 경우가 없었던지라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부인의 애틋한 마음이 느껴지는 터라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니 흔쾌히 허락을 했다.

 

그런데 수술하는 장면이 썩 보기 좋은 것은 아니라서 괜찮으시겠어요?’라고 되물었다.

 

수술이 시작되었고, 부인은 남편 옆에 앉아서 왼손을 꼭 잡으셨다.

 

진료실에서 만났을 때의 남자답고 대범했던 남편의 모습과 수술실에서 부인의 손을 꼭 잡고 있는 남편의 모습을 보니, 아름다운 부부관계란 것이 이런 모습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수면 마취를 하고 수술 부위에 국소마취를 한 다음, 눈 아래 피부를 조심조심 들어 올렸다.

 

눈 안쪽의 불룩했던 지방도 제거하고 꺼진 부위에는 지방을 재배치해서 매끈하게 메워주었다.

 

처져 내려온 눈꺼풀 근육도 다시 팽팽하게 당겨주고 피부를 당겨 올려주었더니, 부인이 남편을 안심시켜줄 요량인지 ‘10년은 젊어진 것 같네.’라고 하면서 조용했던 수술실에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부부는 수술하는 과정을 함께 하고서는 수술과정이 생각했던 것보다 세심하게 이루어지는 것 같고, 특히 꿰매는 것을 보니 정말 꼼꼼하셔서 안심이 되었다.’라고 하셨다.

 

간혹 뉴스에서 그림자 의사, 대리수술이라는 말이 언급되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하지만 이 부부는 자신의 수술이 가장 정직하고 세심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로서는 조금 신경 쓰이는 수술이었지만, 서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하겠다.

 

수술하는 동안 부부가 함께 나누는 대화 속에서 서로가 닮아가면서 서로의 빈자리를 자연스럽게 메워주는 모습이 내 기억 속에 깊이 남았다.

 

꼭 잡은 두 손처럼 이들이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는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기 바란다.

 

서로에 대한 깊은 애정과 신뢰를 보면서 내 마음도 함께 따뜻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고,

 

이런 마음이 주위에 전해지면, 각박해진 세상이 조금이라도 따뜻해 지지 않을까 

첨부파일 다운로드

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8-05-16

조회수10,294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공유
  • 인쇄하기
 
스팸방지코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