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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하다고 다 잘하나요?

유명하다고 다 잘하나요?

 

대구의 뜨거운 여름이 시작되었다. 1994년 이래 가장 더울 것이 예상된다고 하니 벌써부터 걱정이다. 소문난 대프리카의 더위에 이골이 날 법도 하지만, 쉴 틈 없이 흐르는 땀에 체력마저 고갈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타지에서 생활하는 손님들이 한 번씩 병원을 방문할 때면, 다들 하는 말이 어떻게 이렇게 더운 곳에서....’ 가 첫 말이다.

 

그래도 어쩌랴? 시원한 수박 한 조각이라도 입에 물고 더위를 이겨내야 할 판이다.

 

다만 혹서, 온열 난민이라고 더위에 방치된 사람들에게 열사병, 일사병 같은 큰 탈이 없이 무사히 이번 여름을 지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이 더위를 뚫고 반가운 얼굴의 아가씨가 병원을 찾아왔다. 3년 전에 입술 교정 수술을 받았던 아가씨다.

 

서울에서 양악 수술을 하고 나서 입술이 비대칭으로 비뚤어져서 고민 끝에 나를 찾아왔던 환자인데, 좌우의 비대칭이 심해서 여러 고민 끝에 세심하게 계획을 잡고 수술을 해 주었던 기억이 난다.

 

3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얼굴 상태를 보고 있으니, 얼굴의 모습도 자연스러워진 것 같고, 입술은 거의 대칭이 잘 맞아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태가 좋아졌다고 서로 다행이라고 안도하고 있는 중에, 이 환자는 수술 전의 자신의 기록과 사진을 받아가기 위해 병원을 찾아왔다고 이야기했다.

 

무슨 일인지 속사정을 물어보니....

 

양악 수술을 하기 위해 여러 곳을 알아보다가 아무래도 대구보다는 큰 서울을 더 좋을 것 같아서 광고에서도 많이 알려져 있고 인터넷 수술 후기도 많은 한 병원을 골라서 수술을 했는데, 수술 결과가 기대와는 너무 달랐다고 한다.

수술 전에 비해 얼굴도 비뚤어지고 이상한 모습이 되어서 한 동안 외출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 불편함이 생겨서 병원을 찾아가서 이야기했더니 담당 의사는 만날 수도 없었고, 나 몰라라 하는 태도로 자신을 회피하는 것 같아서 너무 실망했다고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광고도 후기도 다 거짓말투성이였다는 것을 알게 되어 자신이 속았다는 마음에, 결국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하기로 했다고 하는 것이다.

 

의무기록은 환자의 것이라 자료를 내어 주기는 했지만 이런 결심을 하기 까지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을지 이해할 만 했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더 좋아질 수 있을 거라고, 너무 실망하지 말고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꼭 간직하기 바란다는 말을 해주고 돌려보냈다.

 

한편으로는 이런 일이 나에게도 생기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고 생각된다.. 환자에 대한 상태를 조금 더 세심하게 살피고, 수술이 끝난 이후에도 조금 더 좋은 결과가 될 수 있도록 환자와의 라포(Rapport)를 잘 유지하는 것이 우리 의사에게 갈수록 더 필요한 세상이 된 것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적당한 병원선택을 하는데 조금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숙제가 환자에게도 생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요즘 매스컴이나 인터넷을 보고 있으면 온갖 종류의 광고들이 우리의 눈과 귀를 끌기 위해 온갖 교묘한 방법으로 우리의 기억 속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치열한 부분이 맛집, 숙박업소, 병원 같은 곳이다. 그러다 보니 그 효과가 정확하게 검증되지 못하고 오로지 광고와 후기만으로 판단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사실 맛집이나 숙박업소는 한 번 갔다가 예상보다 못하다면 선택을 제대로 하지 못한 자신 탓을 하고 다음에 가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병원은 그럴 수 없다. 치료 결과로 인해 후유증이라도 남는 다면, 평생 그것으로 인한 마음의 짐을 벗어날 수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중요한 것을 단순히 인터넷, 스마트폰, SNS에 의존해서 바늘구멍 같은 시야로 들어오는 정보만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마케팅 업체에 의해 조작된 효과와 후기를 보고 있으면 마치 이 수술이나 시술만 하면 자신의 인생이 원하는 대로 바뀔 것만 같은 착각와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 광고에 현혹되어 원하지도 않는 수술을 하고 나서 후회하는 일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고, 또 무리한 수술로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된 환자들을 전보다 더 많이 보게 된다.

 

특히 얼마 전 투명교정을 한다고 떠들썩하게 보도된 한 치과에 관련된 이야기는 우리의 귀를 의심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싼 가격으로 치료해 주겠다고 대문짝만큼 많은 광고를 하고 수많은 환자를 모아, 선납금을 받고서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치료기간 동안 환자를 모른 체 하고 방치해 버리는 염치없는 일이 생긴 것이다.

 

마치 얼마 전 선납금을 받고 수많은 회원들을 모은 다음 갑자기 문을 닫고 폐업하는 스포츠센터 사건을 연상케 한다.

 

성실하고 정직하게 환자를 들여다 본 다음, 문제점을 함께 발견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면서 제시해 줄 때, 제대로 된 의사의 자세라 할 것이지만, 이것은 마치 호객꾼과 한 탕만 하고 나면 없어져 버리는 떴다방같은 파렴치한 행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런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의료행위라는 것을 의사가 가져야 할 장인정신과 환자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그저 돈 버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자본주의적인 수단으로밖에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돈이면 다른 모든 중요한 의미나 목적을 다 대신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뜨거운 여름, 모든 것이 귀찮아지고 피곤해 지는 폭염이다. 비록 이런 기간일지라도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시술이나 수술에 대해서는 충분히 생각하고 신중한 결정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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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8-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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