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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를 함께 한 환자

추석 연휴를 함께 한 환자

 

이제 다 나았습니다.’

 

이 말을 하면서 환자와 나는 함께 안도와 기쁨의 미소를 나누었다.

가슴이 유달리 크고 처져서 고민하던 중년의 여자 환자를 만난 것은 두 달 전의 일이었다.

 

이 환자는 가슴 때문에 고민하다가 수년 전 이 수술을 했던 언니와 의논했다.

언니는 수년 전 같은 문제로 고민하다가 나를 찾아와 상의 끝에 수술을 결심했었다.

 

다행히 수술 경과가 좋아서 잘 지내던 중, 자신의 동생이 겪고 있는 가슴 고민을 듣고서는 선뜻 나를 추천해 주었다.

 

언니의 추천으로 나를 물어물어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세상의 인연이란 것이 참 멀고도 가까운 곳에 있다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동생을 통해 언니의 안부를 확인하고서는 동생을 진찰했다.

 

수년 전 언니의 수술 기록을 확인하고 나서 동생의 상태와 비교해 보았다.

 

언니보다 조금 더 심한 상태여서 그런지 처진 가슴 때문에 목과 허리 디스크로 고생하고 있다는 말이 수긍이 갈 정도였다.

 

과거에 언니를 수술했을 때보다 세월이 흐른 만큼 조금 더 안정되고 좋은 수술을 해 주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수술을 꼼꼼히 계획하고 준비했다.

 

때마침 환자의 시간관계상 수술도 추석 연휴 전날에 해야 할 상황이라 이번 추석 연휴는 꼼짝 못하고 병원을 전전해야 할 상황이다.

 

그렇지만 자매의 가슴 수술을 모두 내가 하게 된 깊은 인연을 생각해 보니 이것은 반드시 내가 해 주어야 할 수술이라는 의무감마저 드는 것이 추석이라는 생각은 저 멀리 뒷전으로 날려보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준비를 해 나갔다.

 

일주일에 가까운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수술 당일 아침, 수술이 시작되었다.

 

아침 일찍 병원을 찾아온 환자의 수술 부위에 세심하게 디자인을 해 나갔다.

계획한 대로 수술이 완료되면 환자는 더 이상 가슴으로 인한 고통을 받지 않을 것이다.

 

수술실로 옮겨진 환자에게 수면마취제를 주사로 주입하고 주사기와 연결된 컴퓨터를 통해 마취 깊이를 세밀하게 조절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수술에 충분한 상태까지 수면 마취가 이루어진 다음, 가슴 부위로 가는 신경과 유방조직에 마취제를 주입했다.

 

이제 환자의 가슴 부위는 전신마취를 한 것처럼 감각이 완전히 사라져 통증이 없이 수술할 수 있는 상태까지 된 것이다.

 

수술 전에 도안한 대로 수술 부위에 절개를 하고 수술을 조금씩 진행해 나갔다.

 

아래로 처져 내려온 조직을 주위 조직과 분리시키고, 남은 가슴조직을 정상적인 위치까지 위쪽으로 끌어올려 단단하게 고정한 다음 봉합을 시작했다.

 

상당량의 유방조직을 제거하고 나서 가벼워진 가슴조직을 봉합해 주었다.

흉터가 적고 가느다란 실선 모양의 흉터가 될 수 있도록 안쪽부터 꼼꼼하게 봉합해 주었다.

 

장장 4시간에 걸친 수술이 끝날 즈음, 어느덧 아담하고 예쁜 가슴의 모양이 완성되어 있었다.

 

봉합이 끝날 즈음, 환자는 무사히 깨어났고 수술 후 어지럽기는 했지만 별다른 문제 없이 회복실로 옮길 수 있었다.

 

오랜 수술시간 동안 참고 기다려준 환자의 모습이 새삼 대견스러웠다.

이 수술에 하고자 하는 자신의 의지가 뚜렷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시가 조금 넘어서 시작한 수술이 오후 2시를 넘기고 나서 끝냈으니 이런 수술을 한 번 마치고 나면 높은 산을 하나 정복한 심정이 드는 느낌이 든다.

 

맥이 탁 풀린 듯, 나와 우리 직원들 모두 한숨을 내쉬었다. 거의 기진맥진한 상태다.

 

의식을 완전히 회복하고 난 환자를 체크하고 나서 집으로 귀가시켰다.

 

당장 다음 날 오전부터 이 환자를 돌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이제 시작이라는 느낌이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다음 날 아침, 다들 고향 앞을 향해 가는 길에 병원으로 나갔다.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는 밤새 아무 이상이 없었던 것 같다. 다행이다.

 

수술 부위의 상태를 체크하고 상처를 치료하고 다시 붕대를 감는 일이 추석 연휴 내내 반복 되었다.

 

연휴가 끝나고 실밥을 뽑던 날, 군데군데 꿰맨 자국이 남아 있기는 했지만, 이제 보통 사람처

럼 가슴 모양이 잘 잡혀있었다.

이제 목이나 허리도 아프지 않고 가슴 부위의 무거운 느낌도 없어져서 만족한다는 말이 나와 환자 모두에게 연휴 동안 했던 고생에 마치 보상이라고 되는 것 같았다.

 

앞으로 부기만 조금 더 빠지면 가슴이 좀 더 자연스러운 모습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해주고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라고 격려해 주었다.

 

한 자매의 수술을 연달아서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드문 일이라 해야 할 것 같다.

 

이런 인연을 만나는 것도 흔한 일만은 아니다.

 

과거에 수술했던 언니의 말을 듣고서는 나를 믿고 일찌감치 한 달 전에 나를 찾아와서 예약했던 환자였다.

 

그래서 과거 언니의 수술 기록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가장 좋을 것 같은 방법을 찾아 충분히 준비를 할 수 있었던 것이 환자에게 실망스럽지 않은 결과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자매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준비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마무리된 것 같아서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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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8-10-30

조회수9,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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