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성형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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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부터 바르게!

나 자신부터 바르게!

 

얼마 전 오후 첫 환자로 중년의 부부가 나를 찾아왔다.

그런데 남편의 옷이 남다르다. 점퍼를 걸치고 있는데, 그 안은 환자복을 입고 있다.

 

걸어오는 모습을 보면 한쪽 다리에 가벼운 기브스를 하고 있었다. 어디 다친 데가 있는 모습이었지만,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는지, 걸음걸이는 그렇게 아픈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물어물어 누구의 소개로 왔다고 말문을 연 부인은, 부부가 함께 눈꺼풀 처짐 수술을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각자의 눈꺼풀이 처진 상태를 확인하고 나서 어떤 수술을 할 것인지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결국 눈꺼풀 처짐을 교정하기 위해 눈썹을 당겨 올려주고, 쌍꺼풀을 자세히 만들어주는 것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후 수술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일이 생겼다. 부인이 남편의 수술비를 자동차보험이 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하는 것이다.

 

자동차 사고로 발목의 인대가 끊어지고 다쳐 수술을 받고 나서 기브스를 하고 입원 중인데. 사고 당시 얼굴도 함께 다쳤다는 것이다.

 

다친 얼굴이 부어오르면서 눈꺼풀도 함께 부기가 생겨 눈꺼풀 처짐이 생겼으니 이것도 자동차 사고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입원해 있는 동안 눈꺼풀 처짐 수술도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나를 찾아왔다는 것이다.

 

이렇게 할 수 있도록 해 주면, 부부가 함께 나에게 수술할 수 있다고 하면서 소개해 준 사람의 이름을 들먹이는 것이다.

 

자초지종을 듣고 난 다음 소개해 준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고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고민을 했지만, 어떻게 생각해 보아도 이것은 들어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해서는 안 되고 올바른 방법도 아닙니다.’라고 이야기하고는 거절했다.

 

수술 해주면 되지 서로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는 비아냥거림을 귀 뒤로 흘려보내고 환자를 되돌려 보냈다.

 

별로 개운치 않은 일이라 깨름직한 일로 기억에 남아 있던 중, 자동차 보험회사에서 남편의 수술 과정에 대해 물어보는 전화가 걸려왔다. 그 부부가 보험회사로부터 불미스러운 일로 고발을 당해서 보험사기로 조사를 받고 있으며, 이에 관련된 병원 여러 곳도 관계기관의 조사를 받고 처벌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비록 이러한 제의를 거절한 덕분에 나는 별 탈 없이 지낼 수 있었지만, 막상 그런 전화를 받고 보니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진료실에서 환자를 만나다 보면 크고 작은 수많은 유혹을 많이 느끼게 된다.

 

보험이 되지 않는데도 보험이 될 수 있도록 사유를 만들어 달라고 하는 이런 경우부터 보험회사와 관련되어 진단서 기간을 더 많이 끊어달라는 경우, 다치지도 않았는데 다친 것으로 해 달라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심지어 친척, 형제자매의 의료 보험증을 가지고 와서 대리 진료를 해 달라고 하는 경우 등 여러 가지 일들로 의사들을 곤란하게 하는 경우가 흔히 있는 것 같다.

 

특히 잘 아는 지인들로부터 그런 부탁을 받을 때면 이것을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난감하다.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른 지인들도 그렇게 하고 있는데 왜 안되냐는 것이다. 주위에 그렇게 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고 하는데 자신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마치 손해를 보는 것 같다는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의 도덕이나 윤리의식이 땅에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하긴 요즘 우리 주위에서 뉴스나 인터넷으로 우리 눈에 들어오는 수많은 사건 사고들을 보고 있으면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특히 우리와 같은 의사들도 여기에 한 몫 하고 있다는 사실들을 알게 되면 부끄러워 낯이 화끈거리는 일까지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대리수술, 의료사고, 병원 감염이나 최근에 다시 우리의 귀를 어지럽히는 프로포폴 사고 같은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고민을 마주했을 때, 가장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처음부터 단호하게 거절하는 것이다.

 

각자도생(各自圖生)하는 어지러운 사회의 현실 속에서도 우리 세상이 이렇게 지탱하면서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위치에서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우리의 이웃들이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들을 생각하면, 나 자신부터 바르게 생각하겠다고 결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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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9-06-06

조회수1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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