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성형칼럼

제목

남의 말 잘 들어주기

남의 말 잘 들어주기

 

한 달 전, 50대 여성 환자가 내 앞에 찾아온 적이 있다. 나이에 비해서 젊어 보이는 얼굴이었는데, 어째 인상이 별로 좋지 못했다.

 

며칠 전 우리 병원 근처의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했다고 한다. 그 병원은 의사가 여럿 있는 크고 유명한 곳이라는 소문을 들었다고 한다. 그곳에서 수술한 지인의 소개를 받아 일부러 찾아갔다고 한다. 거기서 의사 한 사람과 상담을 하게 되었는데....

 

하도 자신 있게 무조건 잘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 하길래 마치 무엇인가에 홀리듯이 바로 수술하기로 하고 수술대에 드러누워 수술을 했다고 한다. 눈꺼풀이 처져 눈이 작아 보여서 이것만 고쳤으면 하는 마음으로 갔었는데, 결국 양쪽 눈썹을 당겨 올리는 수술을 하게 되었고, 수술을 마치고 얼굴을 보자마자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눈이 갑자기 커지고 강하고 날카로운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눈의 뒷부분은 한껏 당겨져 올라갔지만, 눈의 안쪽은 제대로 올라가지 못해서 앞으로 처지면서 마치 도끼눈같은 모양이 된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가족들이 난리가 난 것이다. 남편도 보기 싫다고 하고 온 가족이 자신의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하기를 꺼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 지경이 되자 할 수 없이 병원을 다시 찾아가 그 의사를 만나 하소연하기 위해 찾아갔는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큰 병원이라 그런지 만나는 것도 힘들었다고 한다. 몇 시간을 기다려 만난 그 의사는 무조건 괜찮다는 말만 하면서 자신의 하소연은 들어주지 않고, 자기 할 말만 하면서 몇 달 지나서 찾아오라고 매몰차게 이야기하더라는 것이다. 울화가 치밀어서 심한 말을 내뱉고는 병원을 나와 버렸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집에 와서 우울증도 심해지고 잠 한숨 못 자는 지경이 되다 보니 도무지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병원 몇 군데를 돌아다니면서 이렇게 된 것을 다시 돌려줄 수 있는지, 아니면 고칠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러 다니고 있는 중이라고 하면서 긴 설명을 마쳤다.

 

이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전문의가 바로 되고 나서 환자를 대했던 나의 태도가 생각났다. 마치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자신감에 넘치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었던 시절이다. 내가 대하는 모든 환자들이 다 내 아래로 보이던, 환자가 하는 말은 다 틀리고 내가 하는 말만이 다 옳다고 생각하고 환자를 가르치려 들었던 때가 문득 떠올랐던 것이다. 나도 모르게 쓴웃음이 났다.

 

지금이야 그럴 수 없지만..... 어쨌든 환자의 상태를 꼼꼼히 확인해 보았다. 이제 수술한 지 1개월 정도 지났는데 아직 부기가 조금 남아있다. 아직 수술한 티가 조금 나기는 했다. 다만 양쪽 눈썹의 높이를 맞추는 것이 정확하지 못했고, 눈썹을 봉합할 때 너무 힘을 주어서인지 콱 찝혀 있는 것이 어색해 보인다. 하지만 이것 역시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어느 정도 좋아질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따로 있었다. 눈썹의 바깥쪽을 한껏 잡아당겨 주름이 다 펴진 것까지는 좋았는데, 안쪽 눈썹을 충분히 들어 올려 주지 못했던 탓인지, 앞쪽 눈은 피부에 덮인 채로 남아 있었다. 그래서 마치 찢어지고 뒤쪽이 들려 올라간 눈이 된 것이었다. 앞쪽 부분의 쌍꺼풀을 교정해 주면 되는 문제가 남은 셈이다.

 

내가 개원을 처음 했을 때가 기억이 난다. 당시 한 선배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 원장, 이 원장이 수술한 환자인데, 어째 나에게 수술 결과를 상담하러 왔네, 내가 잘 타일러 놓았으니 다시 찾아오면 해결해 주게.’ 수술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 병원으로 찾아갔던 환자를 다시 나에게 가도록 설득해 주셨다. 그때 얼마나 그 선생님이 높이 보였던지....

 

나도 그런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그 선배 의사 선생님처럼 이렇게 말해 주었다. ‘그래도 그 선생님이 수술을 했으니 상태를 가장 잘 아시겠지요.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나면 다시 그 병원에서 상태를 확인하시는 것이 가장 좋겠습니다.’ 굳이 다른 병원에 가 볼 필요는 없고, 수술한 병원을 다시 한 번 찾아가 이 부분에 대한 교정을 부탁해 보라고 말해 주었다.

 

그러나 한 번 상한 마음을 되돌릴 수 없었던지 다시 찾아가는 것에 거부감이 있는 것 같아 별수 없이 재수술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로 달래주고는 돌려보냈다. 며칠 뒤, 다시 나를 찾아온 그녀는 결국 나에게 재수술을 받고 문제를 해결했다. 내가 해 주었던 말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고 한다.

 

결국 환자와 의사 사이에 솔직한 소통이 없었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상태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이 부분에 대한 해결을 약속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만 있었어도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텐데....

 

수술하기 전에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을 환자에게 충분히 이해시킨 다음, 이 수술을 통해 좋아질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환자의 동의를 구할 수 있을 때,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환자가 정확하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이 의사와 환자가 일치해야 한다. 목적이 정확하지 않다면 필요하지 않은 수술을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의 말을 경청하면서 소통하는 것이 가장 좋은 수술의 첫걸음이라 하겠다.

 

요즘 다시 전국을 뒤덮은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일상을 겪고 있다. 이제껏 있어 왔던 사람들 사이의 모든 관계들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고 새로운 일상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 기억에 길이 남을 2020년이 된 셈이다.

 

이런 시기일수록 새로운 연대, 새로운 이해가 필요하다. 타인을 충분히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태도가 더욱 중요해지는 시기가 된 것이 아닐까?

첨부파일 다운로드

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20-08-27

조회수8,523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공유
  • 인쇄하기
 
스팸방지코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