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악 수술까지 했는데, 나이 들어 보여요!
한 해를 뒤덮은 코로나 감염증으로 인해 연말 분위기도 제대로 나지 않던 12월 어느 날, 스산한 바람을 뚫고 한 중년 여성이 나를 찾아왔다.
평소에 미적 관심이 높고 미용성형에 대한 정보도 풍부해서, 인터넷에 나오는 웬만한 성형수술에 대해 모두 잘 알고 있는 것 같던 그녀에게 고민이 생겼다고 한다.
중년임에도 불구하고 동안처럼 보여 지인들의 부러움을 사곤 했던 그녀는 어느 날 문득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보고는 입이 조금 나와 있는 돌출입이라고 생각하고는 자신의 얼굴에 있는 부족함의 1%가 바로 그것이라는 생각에 꽂혔다고 한다.
바로 교정치과에 가서 치아교정을 하면서 이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던지 튀어나온 잇몸 뼈를 들어가 보이게 하려고 대학병원에서 양악 수술까지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힘든 양악 수술을 받고 나서, 몇 달 동안 부기와 멍 때문에 고생하기는 했지만, 이제 자신의 콤플렉스라고 돌출되었던 입이 안으로 들어간 것을 보고 생각했던 것들이 해결되었다고 생각하고는 한동안 잘 지냈는데, 그 후 다른 걱정이 생겼다고 한다.
얼굴 모양이 오히려 밋밋해지고, 볼살이 처져 내려오면서 팔자주름도 깊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입술모양이 좀 변했는데, 윗입술이 얇아져서 잘 보이지 않을 정도까지 되면서 인중의 길이가 길어졌는데, 수술하고 나서 오히려 나이가 몇 살 더 들어보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주위 사람들도 말은 하지 않지만, 예전 얼굴이 더 나았다는 듯 느낌을 받게 되면서 견딜 수 없어졌다고 한다.
많은 돈과 노력을 들여 이렇게 힘든 수술을 하였고, 치아교정까지 했는데, 오히려 얼굴의 밸런스가 깨지고 나이가 많이 들어 보이는 모습이 되고 나서 이것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지 궁금해서 이렇게 방문한 것이라고 한다.
수술 전의 모습을 보니 그다지 나쁘지 않은 모습이어서 굳이 필요하지 않은 양악수술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워낙 양악 수술에 대한 광고, 그리고 방송에서 양악 수술을 받은 연예인들이 많이 나와서 이것에 대해 언급하다 보니 양악수술이 마치 쌍꺼풀 수술 같이 아무나 할 수 있는 흔하고 쉬운 수술로 인식이 되어서 나도 참 난감할 때가 있다.
어쨌든 기왕 수술을 해 버린 터라 이것을 예전으로 되돌릴 수 없으니......
얼굴 모습에 변화가 온 것은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즉 약간 튀어나온 잇몸 뼈가 얼굴을 입술과 인중, 볼살을 살짝 들어 올려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이것을 뒤로 후퇴시켜놓고 보니 들려 올라가 있던 볼살이 처지고 인중과 입술이 입 속으로 말려 들어가면서 팔자주름은 깊어지고 입술이 얇아지는 변화가 생겼던 것이다.
즉 뼈의 모습은 바꿀 수 있었지만, 뼈 수술을 하고 나면 남아 있는 피부과 근육조직도 함
께 해결해 주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 문제라 하겠다.
처져 내려온 인중과 윗입술의 모습을 자세히 진찰했다. 그리고 살짝 미소를 지어보라고 하니 크게 웃어도 위쪽 치아가 제대로 다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미소를 지을 때 위쪽 치아가 충분히 보일 수 있도록 정확히 예측해서 인중의 길이를 줄여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밋밋하게 된 볼살 부위에도 간단하게 필러를 주사해서 전체적으로 어려 보이는 이미지를 만들어 주기로 했다.
수술은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고 정확하게 균형 잡힌 얼굴의 모습이 되었다. 1개월 정도 지나고 나서 이제 수술하기 전의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중의 길이가 짧아지고 입술도 도톰해졌다. 팔자주름도 완화되고 볼살이 통통한 모습이 되면서 몇 년 더 젊어진 모습이 된 것 같다면서 환자는 나보다 더 좋아했다. 아마 수술 후 상처를 입었던 자존감이 회복되면서 자신의 모습에 자신감이 다시 생긴 듯 했다.
얼굴 전체의 모습도 좋아졌지만 밝고 건강하게 미소를 지을 때 윗 치아가 입술에 가려지지 않고 깨끗하게 보여서 다시 매력적인 모습이 된 것이 나도 기분이 좋았다.
성형이나 교정, 양악수술을 생각할 때는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다. 어느 한 곳만 생각해서는 안 되고 이렇게 함으로써 얼굴 전체의 모습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즉 나무 한 그루만 보지 말고 숲 전체를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수술 후에도 균형이 잡힌 자신만의 얼굴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