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성형칼럼

제목

경 청

며칠 전 70대 여성 환자가 내 앞에 앉았다. 비교적 나이에 비해서 젊어 보이는 얼굴인데, 옷차림도 잘 차려 입은 것이 미적 감각이 제법 돋보이는 옷차림이다. 그런데 어째 인상이 별로 좋지 못하다.

 

며칠 전 우리 병원 근처의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했다고 한다. 그 병원은 의사가 여럿 있는 곳이어서 크고 유명하다고 해서 일부러 찾아갔다고 한다. 거기서 젊은 의사 한 사람과 상담을 하게 되었는데....

 

젊은 의사 양반이 하도 자신 있게 무조건 잘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길래 마치 무엇인가에 홀리듯이 바로 수술을 하기로 하고 수술대에 드러누워 수술을 했다고 한다. 한 쪽 눈꺼풀이 처져서 눈이 작게 덮여 보여서 이것만 고쳤으면 하는 마음으로 갔었는데, 결국 양쪽 눈썹을 당겨 올리는 수술을 하게 되었고, 수술을 하자마자 얼굴을 보고 나니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눈이 갑자기 커지고 강하고 날카로운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눈 모양이 그렇게 되자 가족들이 난리가 난 것이다. 남편도 보기 싫다고 하고 온 가족이 자신의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하기를 꺼려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지경이 되자 할 수 없이 병원을 다시 찾아가 그 의사를 만나 하소연하기 위해 찾아갔는데,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 젊은 의사는 무조건 괜찮다고 하면서 말도 잘 들어주지 않고, 자기가 말을 하려고 하면 말을 뚝 끊어버리고는 자기 할 말만 하면서 몇 달 지나서 찾아오라고 매몰차게 이야기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울화가 치밀어서 심한 말을 하고는 병원을 나와 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집에 와서 틀어박혀 있으려니 우울증도 심해지고 잠 한 숨 못자는 지경이 되다보니 도무지 방법이 보이지 않아서 성형외과 병원 몇 군데를 돌아다니면서 이렇게 된 것을 다시 돌려줄 수 있는지, 아니면 고칠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러 다니고 있는 중이라고 하면서 긴 설명을 마쳤다.

 

이 이야기를 듣고 보니 마침 내가 전문의가 바로 되고 나서 환자를 대하던 태도가 생각이 났다. 마치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자신감에 넘치고 어깨에 힘이 꽉 들어가서 내가 대하는 모든 환자들이 다 내 아래로 보이던 그 때가 생각이 난 것이다. 그러다 보니 환자가 하는 말은 다 틀리고 내가 하는 말만이 다 옳다고 생각하고 환자를 가르치려 들었던 때가 문득 떠올랐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쓴 웃음이 났다.

 

지금이야 그럴 일이 없지만.... 어쨌든 환자의 상태를 꼼꼼히 체크했다. 이제 수술한 지 3주 정도 지났는데 아직 붓기와 멍이 조금 남아있다. 아직 초짜 의사가 수술한 티가 조금 나기는 하지만 그렇게 수술을 잘 못한 것은 아니다. 다만 양쪽 눈썹의 높이를 맞추는 것이 정확하지 못했고, 눈썹을 봉합할 때 너무 힘을 주어서인지 콱 찝혀 있는 것이 어색해 보인다. 하지만 이것 역시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어느 정도 좋아질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 무엇이 문제일까?

 

결국 환자와 의사 사이에 솔직한 소통이 없었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즉 수술하기 전에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을 환자에게 충분히 이해시킨 다음, 이 수술을 통해 좋아질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명확하게 구분해서 환자가 충분히 동의할 수 있어야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가 정확하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이 의사와 환자가 일치해야 한다. 목적이 정확하지 않다면 필요하지 않은 수술을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의 말을 경청하면서 소통하는 것이 가장 좋은 수술의 첫걸음이라 하겠다.

 

내가 개원을 처음 했을 때가 기억이 난다. 당시 한 선배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 원장, 이원장이 수술한 환자인데, 어째 나에게 수술결과를 상담하러 왔네, 내가 잘 이야기해 놓았으니 다시 찾아오면 해결해 주게.’ 수술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 병원으로 찾아갔던 환자를 다시 나에게 가도록 설득해 주셨다. 그 때 얼마나 그 선생님이 높게 보였던지...

 

나도 그런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그 선배의사 선생님처럼 이렇게 말해 주었다. ‘그래도 그 선생님이 수술을 하셨으니 그 상태를 가장 잘 아시겠지요.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나면 다시 그 선생님과 다시 의논하시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경청, 모든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소금과도 같은 존재인 것 같다.

첨부파일 다운로드

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5-01-22

조회수8,833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공유
  • 인쇄하기
 
스팸방지코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