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성형칼럼

제목

조성진, 윤디 리, 그리고....

조성진, 윤디 리, 그리고.....

최근 필자가 근무하는 진료실에는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이 종일 흐르고 있다. 
한국인 최초로 쇼팽콩쿠르에서 우승한 한국 청년의 연주는 21세라는 나이를 믿을 수 없을 만큼 경탄하게 만든다. 

그의 연주를 듣고 있으면, 앞으로 이 연주가가 과연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지 짐작이 가지 않을 정도이다. 
앞으로 부단하게 정진해야 하겠지만, 이제껏 쇼팽콩쿠르에서 우승한 수많은 연주가들이 거장의 반열에 올라 있는 것으로 보아, 앞으로 탄탄한 미래가 보장된 것으로 생각해도 무리는 없을 듯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일이 며칠 전 서울에서 있었다.
같은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세계 각지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국인 피아니스트 윤디 리가 바로 그런 경우다. 
수십 번을 연주했을 곡에서 실수에 실수를 반복하면서 급기야는 연주가 10여초 동안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연주자나 청중으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는 순간 그런 일이 생기다니, 아마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순간에는 어떤 판단을 내리는 것이 가장 최선인지는 누구도 답을 내지 못한다.
처음부터 다시 연주를 하던지, 아니면 청중들에게 한 마디라도 사과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 행동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되지는 않았다. 
그는 한마디의 말도 없이 모든 일의 수습을 관계자에게 맡기고 바로 퇴장한 후 숙소로 돌아가 버렸다. 
청중들은 비난을 쏟아냈고, 논란도 분분하다. 

윤디 리의 일련의 과정을 보며 여러 생각이 떠오른다. 
성형외과 의사로서 환자와 상담하고 수술 후 경과를 관찰하는 과정에서 의사가 모든 것을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필자의 입장과 무대 위의 연주가들의 모습이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다. 

의사와 환자로 처음 만났지만, 환자의 모든 것에 대해 판단하고 실행해야 하는 주치의로서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느끼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다. 

무대 위에서 조명을 받으며 서 있는 것과는 물론 다르겠지만, 환자 자신이나 그 보호자들, 또 그 환자를 나에게 소개해 준 지인들까지. 그들은 나를 찾아와준 연주회의 청중이나 다름이 없다.

청중들이 유명한 연주가의 감동적인 연주를 기대하고 연주회장에 들어섰을 때처럼, 환자 역시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수많은 성형외과들 속에서 나를 찾아왔을 테니 이 역시 비슷하다.

청중에게는 감동적인 연주가 가장 좋은 보답이듯 환자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보답은 만족스러운 수술결과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만한 결과가 항상 있을 수는 없는 것도 현실이다.

그런 일이 생긴 근본적인 원인은 환자와 충분히 소통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고 그것을 해결하는 가장 단순하고 현명한 방법은 환자와의 진솔한 대화라고 하겠다.

요즘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상담실장들이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 많은 일을 하고 있다.
병원이 커지면서 병원 업무의 많은 부분을 이들이 담당하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수술 전 의사를 한 번도 만나지 않고, 코디와 수술에 관한 모든 것을 결정한 다음, 수술실에서 의사를 처음 만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컨베이어 벨트위의 상품처럼 수술대에 누워서 수술을 받고 처치는 다른 직원들이 담당하는 분업체제 속에서 과연 좋은 결과만을 보장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피아니스트가 매니저 뒤에 숨어서 숙소로 돌아가 버리듯이, 수술 후 결과에 대한 책임소재도 불분명해져서 해결이 어려운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의사와 환자 사이의 소통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하지만, 환자를 온전히 책임지는 주치의와의 인간적인 관계가 점점 소중해지는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첨부파일 다운로드

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5-11-04

조회수6,344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공유
  • 인쇄하기
 
스팸방지코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