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치료의 추억
흔히 미용수술로만 알려진 성형외과가 실제로 하는 일은 다양하다. 그중 한 분야가 바로 화상치료다. 요즘 화상 전문병원이 많이 생겼다고 하지만, 대학병원 수련 과정에서 화상 치료의 상당한 부분은 성형외과에서 도맡아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성형외과를 개원하고 있는 나에게도 알음알음 화상 치료를 위해 찾아오는 환자들이 있다.
며칠 전 수술을 받고 치료를 하던 환자와 이야기하던 중, 지인이 팔에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는데, 상처가 잘 낫지 않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예전 전공의 시절 화상 치료를 했던 경험을 되살려, 치료해 보겠노라고 대답을 해 주었는데, 그 말이 끝나고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바로 환자를 데리고 온 것이다.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수술을 해야 한다고 다니던 병원에서 잔뜩 주의를 받았다는 환자는 눈동자에 걱정이 가득 찬 모습이었다.
일단 상처를 감고 있는 붕대를 풀어 보았다. 오전에 치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진물이 거즈 밖으로 배어 나오고 있었다. 거즈를 다 떼어내고 상처를 들여 보았다.
가피라고 부르는, 화상으로 죽은 조직들이 군데군데 들어차 있는 2도 화상이었다. 이제 3일이 지났다고 하는 것을 보면, 물집은 치료 도중에 떨어진 것 같고, 진물이 나는 것을 멈추게 하고 새살이 돋아나도록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새살이 잘 돋아날 수 있도록 조건을 맞추어 주기로 했다. 항생제 연고를 바르고 올이 굵은 거즈를 여러 겹 덮어서 감염을 예방하고 상처가 치유되는 속도를 높여 주기로 했다. 붕대로 단단하게 감아준 다음 이틀 동안 상처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했다.
이틀 뒤, 운이 좋게도 화상을 입은 상처 주변에서부터 새살이 돋아나면서 상처가 나아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일단 이렇게 좋아지는 과정이 시작되었으면 큰 문제없이 좋아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제부터는 속도가 중요하다. 2도 화상은 다치고 나서 2주 내외에서 치유가 이루어져야 후유증을 남기지 않는다. 이틀마다 한 번씩 병원에서 치료하면서 화상을 입은 상처가 빠르게 줄어들었고, 마침내 보름째 화상 상처가 다 나았다.
그렇지만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이 더 중요하다. 일단 화상을 입고 난 피부는 처음에는 붉은 빛을 띤다. 다시 예전의 피부로 되돌아가도록 해 주어야 한다. 충분한 보습과 함께 색소가 앉는 것을 막아 주어야 한다.
화상을 입고 난 피부는 털이나 피지를 분비하는 샘들이 손상되어 피지가 제대로 분비되지 않고 피부 재생능력이 손상된 상태가 된다. 이것이 어느 정도 회복되고 피부색이 되돌아오는데 빠르면 3개월, 보통은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햇볕에 노출되지 않도록 이번 여름에는 되도록 긴 팔만 입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보습크림을 자주 발라서 피부가 마르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라고 이야기해주고는 매달 한 번씩 상태를 확인하기로 했다.
이렇게 화상 치료는 환자들에게 힘들고 지루한 치료 과정을 필요로 한다. 이런 환자들을 치료하다 보면, 수련의 시절 힘들었던 경험들이 떠오르는 것이다.
병원 업무에 밀려 하염없이 순서가 뒤로 밀리다 보니 늦은 시간까지 환자들을 힘들게 했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지금 생각해 보면 미안하기만 했던 기억이다. 그렇게 치료하면서 아파하는 것을 함께 지켜보면서 가족들과 동병상련의 관계가 되기도 했었지만.....
이제는 그런 일이 없으려나 하는 생각에 안도가 되지만, 아픈 것을 대신해 줄 수는 없었기 때문에 의사나 환자에게 모두 힘든 시간일 수밖에 없었지 않았을까?
아무튼, 노출이 많은 시기에 화상도 조금 더 많이 생기는 경향이 있다. 화상은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일단 화상이 생기고 나면 정확하게 진단을 내리고, 가장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화상 치료도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전신에 걸친 중한 화상은 선택의 여지가 없이 대학 병원 화상센터에 가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작은 부위의 화상은 대학병원, 성형외과, 화상병원에서 진찰을 받은 다음 선택하는 것이 아쉬움을 남기지 않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