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성형칼럼

제목

소통(疏通), 2021

소통(疏通), 2021

 

환자들과 함께 하다 보면, 삶의 모습들이 참으로 다양하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수술 후에도 여러 해, 좋은 일, 나쁜 일을 함께 경험하면서, 이것이 바로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현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나에게 여러 가지 수술을 받으면서 오랫동안 함께 지내오고 있는 여자 환자가 있다. 몇 가지 수술을 하면서 나와 좋은 유대관계를 가지게 되었고, 그래서 좀 더 복잡한 수술을 한 가지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수술에 문제가 되어 불행히도 한 쪽 얼굴 신경의 손상이 생겼다. 그래서 나도 정말 미안하고 죄송해서 어쩔 줄 몰라 했었는데, 그 분은 나와 좋은 인연으로 지내 왔지만, 지내다 보면 나쁜 일이 어찌 없겠느냐 오히려 나를 위로해 주었다. 본인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나의 눈에 보이는데도 그런 것이다. 내가 미안해서 백방으로 치료 방법을 알아서 몇 달 동안 치료를 계속하면서 경과를 함께 지켜보았다. 다행히 경과가 많이 좋아져서 이제는 웃는 낯으로 보게 되었지만 지금도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나중에 치료하는 과정 중에 아침마다 산에 올라 땀을 흘리면서 자신에게 닥쳐온 불행을 이기기 위해 용기도 내고 마음도 다스렸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나 자신이 참 부끄러워졌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여기까지 이르는 동안, 환자와의 관계가 좋았던 가장 큰 이유는 처음 의사와 환자로 만났을 때부터 진심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생각하고 성의 있는 태도로 서로에게 신뢰를 쌓으면서 소통해 왔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문제가 생겼더라도 가장 성실하고 솔직하게 자신을 대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 다른 한 사람!, 다른 병원에서 수 년 전에 쌍꺼풀 수술을 하고 나서 나에게 왔다. 수술 후에 쌍꺼풀을 만든 조직과 피부 사이에 흉터조직이 생겨서 서로 붙어버린 결과 쌍꺼풀은 풀려버리고 눈썹으로 눈을 뜨는 모양의 눈이 되어 있었다. 이와 함께 볼살이 처져서 팔자주름이 깊이 패여 있는 것도 함께 해결해 달라고 한다.

 

우선 쌍꺼풀 재수술을 하면서 붙어버린 조직을 힘들게 분리하고 나서 쌍꺼풀 라인을 만들어주었다. 그런데 피부도 함께 늘어져 있어서 이것을 제거하려고 하니 눈이 감기지 않는다. 그래서 차후에 피부가 늘어지면 다시 제거하기로 하고 쌍꺼풀 수술을 마쳤다. 볼살 처짐 수술도 함께 마쳤다.

그런데 수술을 하고 나니 환자의 태도가 돌변했다. 수술 전 청약서를 쓰면서 모든 가능한 문제점, 부작용, 등 수술 후 치유과정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하고 나서 수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몰라라 하면서 온갖 불평불만을 늘어놓는다. 수술 후 다음날부터 1개월 동안 10번도 넘게 병원에서 언쟁을 하게 되었다. 수술 후 나아가는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하루 종일 마스크에 안경을 쓰고 지낸단다.

 

인내심을 가지고 일관적이고 중립적인 태도로 환자에게 관심을 가지고 수술 전에 설명했던 대로 환자에게 설명을 하면서 시간이 지나갔다. 몇 달 지나고 나서 나의 설명대로 모든 것이 좋아지면서 저절로 태도가 잦아들어 이제는 아무 말이 없다.

 

상담하고, 수술하고 치료하는 과정을 지내다 보면, 사람과 사람사이에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히 나의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서 수술하고 그에 따른 수입을 올리는 그런 단순한 관계로 끝내는 것이 아니고 서로의 마음을 소통하면서 인생을 함께 하는 관계를 맺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가 많다.

 

이러한 관계를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의 마음을 배려하는 따뜻하고 진정성을 느끼게 하는 말 한 마디다. 이것은 의사-환자만의 관계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세상 모든 인간관계를 이끌어 가는 중요한 소통의 요소이다.

어떤 이는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진정한 소통을 하면서 상황을 현명하게 해결하는 반면, 다른 어떤 이는 오히려 상대방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 한마디로 상황을 악화시키고 도리어 자신에게 불행을 초래하기도 한다.

 

만약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라도 하기 전에 상대방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을 해 보고 이로 인한 결과를 조금이라도 사려 깊게 예측을 할 수 있었다면 이러한 불행한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소통의 첫 번째 조건이 아닐까?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자세가 요즘 사회를 살아가는 생활인으로써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첨부파일 다운로드

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21-02-25

조회수30,815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공유
  • 인쇄하기
 
스팸방지코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