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성형칼럼

제목

어느 안타까운 하루

어느 안타까운 하루

 

1. 오전에 소개를 받고 두 여성이 내원했다.

 

두 사람 모두 나름대로 잘 차려입고 진료실에 앉았는데, 한 여성의 눈썹 옆에 기다란 흉터가 보인다. 다쳤다고 하기에는 너무 직선으로 그어진 흉터가 조금 이상하다.

그게 뭔가요? 어디 다치고 꿰맨 자국인가요?”라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몇 년 전에 친구 따라 한 가정집에서 하는 무면허 시술구경을 갔다가 친구가 하는 것을 보고 분위기에 이끌려서 눈주름을 당기는 수술을 했다고 한다. 병원도 아니고..... “수술해준 사람이 시간이 지나면 흉터가 없어진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이제 없어지지도 않는다.” 고 하면서 이야기한다.

함께 온 다른 사람은 얼굴 전체가 통통한데, 뭔가 이상하다. 이 사람도 불법 시술을 받았다고 한다. 자세히 물어보니 눈썹 위의 꺼진 자리와 코에 정체불명의 주사를 맞았는데 이제 이것이 피부 속에서 흘러내리고 있다고 한다. 들여다보니 이물질이 이마에서 흘러내리면서 눈썹을 눌러서 눈썹이 함께 처지고 있고, 콧대를 세우려고 주사를 맞은 것은 왼쪽 눈 주위로 흘러내려서 코가 휘어져 보인다.

어쨌든 난감하다.

너무 오래전에 주사를 맞은 것이라 이물질이 피부나 근육속으로 스며들어가서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렵지만, 지금이라도 너무 늦지 않았으니 이물질 제거수술을 한다면 지금 상태보다는 좀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상담해 주었다.

 

2. 두 환자가 나가고 나서 바로 다음에 본 환자는 이보다 더 심각하다.

 

얼굴에 자신이 없어서 항상 모자를 쓰고 얼굴을 가리고 다닌다고 하는데... 모자를 벗고 보니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 전체가 마비가 온 것처럼 두꺼운 석고 마스크를 쓴 것 같고, 눈썹이 처져 있어서 이마는 지나치게 넓고 눈과 눈썹 사이는 너무 좁다. 게다가 입술은 좌우균형이 맞지 않아 이상하고 어색한 모습이다.

 

자세히 물어보니, 이것 역시 이물질로 인한 후유증이다. 입술을 통통하게 하려고 미장원에서 정체불명의 주사를 맞았는데, 이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불법 시술한 입술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병원에서 이것을 녹이는 주사를 여러 차례 맞았지만, 입술이 많이 쪼그라들면서 현재의 모습처럼 보기 흉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자 그 병원에서 이제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해서 그 병원에 대한 믿음이 깨져서 찾아왔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어색해지고 비뚤어진 입술을 교정하는 수술이 필요한데, 이것 역시 만만하지 않아 보였다.

 

과거에는 성형수술을 하고는 싶은데, 비용도 비싸고 병원을 찾아가기도 어려워서 이렇게 어깨너머로 배운 병원의 간호사나 이런 것들을 수입하는 업자들에게 몰래 이런 시술을 받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기본적인 의학적인 지식이나 위생관념이 전혀 없는 불결한 곳에서 무면허 의료시술을 받고, 또 어쩌다 한 사람 운이 좋게 잘 된 경우가 있으면 싸고 잘 한다는 소문이 나서 여러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시술을 받다 보니 부작용이나 휴유증으로 오랜 시간 동안 고생하는 경우가 흔히 있었다. 또 필러주사를 놓는다면서 우리 몸에 사용해서는 안 되는 실리콘 액을 주사해서 평생 씻기지 않는 상처를 남기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대학병원 성형외과 레지던트 시절에는 이렇게 문제가 생겨서 이것을 제거하고 원래 모습대로 재건해 주는 수술이 드물지 않게 있었다.

그 수술과정은 참 어렵다. 흉터가 많이 남지 않는 부위를 다시 절개해서 조심스럽게 잘못된 부위에 접근한 다음, 신경이나 혈관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이물질을 제거하고 조직을 원상복구 시켜 주어야 했기 때문에, 수술하는 사람도 힘이 많이 드는 수술이었다.

 

또 이런 종류의 수술은 상처가 나아가는 과정도 더디고 오래 걸려서 환자도 고생을 많이 했다. 게다가 이런 수술을 하러 오는 환자들은 수술 후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기대치가 높아서 수술 후에도 결과에 대해 만족도가 높지 않다보니 의사들이 환자에게 시달리는 경우가 많아서 이러한 수술을 별로 하고 싶지 않았던 기억이 남아있다.

 

요즘은 이런 시술이나 주사들이 부작용이 많은 불법시술이라는 뉴스가 나가면서 이런 환자의 경우가 줄어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하루에 세 명이나 이런 환자들을 상담하고 보니, 이런 시술을 하는 사람들이 나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이런 시술을 받는 사람들이 어리석다고 해야 할지......

참으로 안타까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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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5-04-22

조회수4,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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