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성형칼럼

제목

입이 하나, 귀가 둘인 이유

입이 하나, 귀가 둘인 이유

 

인중과 입술 꼬리같이 코와 입 주변의 남다른 수술을 오랫동안 해오다 보니 요즘 다른 고민으로 나를 찾아오는 환자들을 보게 된다.

 

바로, 구순 구개열 수술이다. 과거에는 언청이라고 불리면서 가족들에게 아픔을 주던 선천성 질환이었는데, 요즘은 다양한 부분에서 활약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사회적인 시선에도 문제가 없어진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부분의 수술을 전문적으로 하는 병원이 흔하지는 않아서 환자들이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조언을 구하기 위해 나를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젊은 부부가 나를 찾아왔다. 부족함 없이 사회생활을 하는 건실한 가장을 남편으로 둔 부부였는데, 그는 비뚤어진 입술을 나에게 보여주면서 이것을 교정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남편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았다. 언청이로 태어나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대학병원을 전전하면서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벌어진 코와 입술을 함께 연결해서 봉합하는 수술을 받았고, 그 후 좋아진 모습에 청소년 시절의 컴플렉스를 덜어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성인이 되면서 흉터가 조금씩 넓어졌고 구순 구개열이 생긴 쪽과 반대쪽의 코와 입술의 비대칭이 점점 심해져, 이것을 교정하는 2차 수술을 받으면서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대학병원에서 수술하면서 생긴 것이었다.

 

첫 수술과는 달리 이제 성인이 된 자신이 느낀 불편함과 이것에 대한 교정 방향에 대해 담당 의사와 여러 차례 이야기하려고 했지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고, 수술 역시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계속 부족함이 생겼다고 한다.

 

여러 차례 의사들과 이야기하고 재수술을 감행했지만 제대로 의사소통이 되지 못한 결과에 실망을 느끼고 결국 더 이상 교정하는 것을 단념하고 이제껏 수년간 지내왔다고 한다.

 

진찰을 하면서 함께 온 부인과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부인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면서 느낀 것은, 남편이 겉으로는 구순 구개열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것 같았지만 부인의 눈에는 지나칠 만큼 정상인과 비교하면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로는 수술한 병원의 의사들과 의사소통에 큰 문제를 느끼고 실망을 한 상태였다.

 

어릴 때 생긴 상처나 선천성 질환을 갖고 태어났을 때, 흔히 볼 수 있는 경우라 해야겠다. 가족을 포함한 자신의 주변에는 별로 의식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애쓰지만 내심으로는 이것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이럴 때, 이야기 해주어야 할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즉 환자의 말에 충분히 공감하고 들어주면서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에 단단한 돌덩어리처럼,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고민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다면, 이제껏 열심히 살아온 자신의 존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조금 더 자신에게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다고 말해 주었다.

 

비록 정상적인 모습까지 100점까지 이를 수는 없겠지만 객관적인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다면 기대치를 조금 낮추는 것이 자신을 위해서도 좋을 것 같다는 말도 함께.

 

마음속의 부담을 덜어버리고 현실적인 기대를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전해주고 그들을 돌려보냈다.

 

보름쯤 지난 후, 이들은 다시 나를 찾아왔다. 자신이 가진 부담과 현실적인 기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말하고는 이제껏 이런 말을 들어본 기억이 없어서 자신을 돌이켜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예정대로 스케줄을 잡고, 환자와 오랜 기간 동안 상의한 끝에 결정한 현실적으로 가장 가능한 방법대로 수술을 진행했다.

 

입술 쪽에 세심하게 디자인한 다음, 세심하게 조직을 제거하고 꼼꼼하게 봉합해 주었다. 실밥을 빼던 날 아직 채 부기가 다 빠지지는 않았지만 반듯하게 모양이 정돈된 입술이 잘 자리잡고 있었다.

 

비록 입술에 대한 일차 수술이었지만, 다음에 할 2, 3차 수술을 위한 첫 발걸음으로서는 만족할 만한 출발이었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한결 더 좋아질 것 같습니다. 이전에 이야기한 것처럼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다음 수술도 현실적인 계획을 세운다면 조금 더 나아질 것입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 환자는 여태 자신의 말을 세심하게 들어주는 경우가 없어서 조금 어색하기는 했지만 마음 속 아픈 상처를 이제야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얼굴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나에게 말해 주었다.

 

결국 환자와 의사 사이에 솔직한 소통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즉 수술 전에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을 환자에게 충분히 이해시킨 다음, 이 수술을 통해 좋아질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명확하게 구분해서 환자가 충분히 동의할 수 있어야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첨부파일 다운로드

등록자관리자

등록일2019-03-13

조회수11,485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공유
  • 인쇄하기
 
스팸방지코드 :